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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이 뽑아내며 구업 세척하지요”

기자명 법보신문
  • 복지
  • 입력 2007.05.22 09:46
  • 댓글 0

치과 의료봉사 11년 김 성 문 의사

1996년 소쩍새마을에 무료진료소 개원
매달 1회 결석 없이 장애인들 충치 치료

<사진설명>김성문 치과의사는 11년 동안 매달 한 차례씩 장애인들의 충치를 치료해 왔다.

참 긴 세월이다. 계절은 마흔 네 번이나 옷을 갈아입었다. 소쩍새마을 할머니와 할아버지, 장애인들에게 틀니를 해주고 썩은 이를 치료 해 온지 11년. 머리카락도 희끗희끗하다. 같이 늙어가고 있었다. 얼마나 의료 봉사를 해 왔는지 묻자 그제야 치과의사 김성문(55)  씨가 옛 기억을 더듬었다.

“소쩍새마을과 인연을 맺고 이 관리가 안 되는 할아버지, 할머니, 장애인들의 이를 치료해 온지가 벌써 11년이나 됐군요. 그러고 보니 그 땐 꼬마였던 장애인들이 지금은 청년이 되어 있으니까. 허허허”

치과 의료 봉사는 그가 1996년 당시 소쩍새마을 원장이던 보각 스님으로부터 받은 전화 한 통이 발단이었다. 부산의 독실한 불자 가정에서 태어나 평소 따르던 도승 스님에게 “불자들이 중생의 아픔을 함께 하기 위해선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던 그의 입버릇을 스님이 기억하고 보각 스님에게 전했던 것.

“할머니 한 분이 이 때문에 식사를 못하신다며 틀니를 부탁하시더군요. 그래서 컨테이너 박스에서 비품과 진료 의자 2대를 놓고 진료를 시작했어요. 그 사이에 틀니가 필요했던 할머니는 돌아가셨지요. 제대로 된 식사라도 하셨어야 했는데….”

말은 끝을 맺지 못했다. 치아 진료는 단순히 약 봉지 몇 개와 청진기를 가지고 할 수 없어 시설을 갖추고 봉사단을 꾸리는 동안 할머니가 세연을 놓았다. 참회하는 심정으로 그 때부터 매주 일요일 진료소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진료를 맡은 치과 의사들과 치과 위생사들이 한 달에 한 번씩 소쩍새마을을 찾았다.

2006년 10월 소쩍새마을이 이천 승가원자비복지타운으로 이전하자 김 씨는 ‘문수치과의료봉사단’이란 여법한 이름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들은 현재 매주 일요일에 자원봉사 의사 5명과 치과 위생사 2명이 교대로 16여명의 장애인 가족들의 이를 치료하고 있다.

11년 간 우여곡절이 없었을까. 애당초 무엇을 바라고 시작한 봉사는 아니었건만. 틀니 소동이 잦았다. 한 번 맞춘 틀니는 처음엔 익숙하지 않아 아프다. 이를 모르는 노인들과 장애인들의 불만은 모두 자신이 짊어져야 했다. 서운했다. 그 때마다 그는 ‘관세음보살대의왕 감로병 중에는 마의 기운을 씻어내고 청량감을 얻는다’는 경봉 스님의 글을 떠올렸다.

“공덕을 쌓는 거라고요? 공덕 운운하는 것 자체가 상이지요. 구업 짓는 입보다 그 안의 마음까지 치료하고 싶은 게 제 바람입니다.”

구업 짓는 입보다 그 안의 마음을 치유하고자 하는 그의 손에 들린 의료도구는 감로병이었다. 

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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