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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복발갈마(覆鉢羯磨)

기자명 법보신문

재가 잘못 지적 위해 발우를 덮는 것
공덕 쌓을 기회 박탈하는 강한 징계

출가교단, 즉 비구나 비구니의 공동체인 승가는 율(律, vinaya)이라 불리는 특수한 규율에 근거해서 운영된다.

한 나라에 법률이 있듯이, 승가공동체에는 승가의 질서와 화합 유지를 위해 율이 필요한 것이다. 율에는 바라이죄 등과 같이 절대 저질러서는 안 되는 규율이 있는가 하면, 승가의 일원으로서 적극적으로 실행해야 할 것이 있다. 이 가운데 후자는 승가에서 이루어지는 모임, 즉 갈마(磨, kamma)라 불리는 승가 회의와 관련된 것이 많다. 갈마는 동일한 경계의 구성원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만장일치로 결정하는 승가 특유의 의견 결정법으로, 구족계 의식이나 포살과 같은 중요한 의식을 비롯하여 승가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대부분의 문제가 이를 통해 결정된다. 갈마는 안건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특히 재가자와 직접적인 관련을 갖는 갈마들에 대해서는 우리 재가불자들도 알아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므로 하나씩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복발갈마(覆鉢磨, pattaM-nikkujjita)이다.

복발갈마란 말 그대로 발우를 엎어버릴 것을 결정하는 갈마로,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되는 재가불자에게 승가측이 적극적으로 징벌을 내리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한다. 발우는 재가불자가 출가자에게 음식 등을 담아주며 보시하는 그릇이므로, 이것은 달리 말하자면 재가불자가 공덕을 쌓는 그릇이다. 따라서 발우를 엎어버린다는 것은 더 이상 그 재가불자로부터 어떤 보시도 받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시이자, 결과적으로는 그에게 공덕을 쌓을 기회를 주지 않는 행동이 되는 것이다. 빨리율에 의하면, 복발갈마의 인연담은 다음과 같다. 왓다(VaDDha)라는 우바새는 평소 자(慈), 지(地)라는 두 비구와 친하게 지냈다. 그런데 어느 날 왓다가 인사를 해도 이 두 비구는 대답이 없었다. 왓다가 걱정하며 연유를 묻자, 이들은 다표(陀驃)라는 비구가 자신들을 괴롭히고 있는데도 너는 방관만 하느냐며 질책했다. 그리고는 어떻게든 그가 승단에서 쫓겨나도록 해달라고 부탁하며 그 방법을 왓다에게 일러주었다. 왓다는 이들의 말을 믿고 시키는 대로 부처님에게 가서 다표비구가 자신의 아내를 범했다고 거짓말을 하며 모함했다. 하지만, 그의 거짓말은 곧 들통이 났고, 그가 의도적으로 비구를 불이익에 빠뜨리고자 한 것이 밝혀져 부처님께서는 그에게 복발갈마를 부과할 것을 지시하셨다고 한다.

보통 비구나 비구니에게 실행되는 갈마는 당사자의 출석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복발갈마는 당사자의 출석을 요구하지 않은 채 승가만이 모여 백사갈마(白四磨)로 결정한다. 백사갈마란 가장 중대한 사안에 적용되는 갈마의 형식으로, 그 자리에 모인 출가자들에게 세 번에 걸쳐 의견을 묻는 것을 말한다. 복발갈마가 백사갈마에 의해 실행된다는 것은, 그 만큼 신중하게 처리되어야 할 사안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갈마를 통해 결정이 나면, 승가는 왓다에게 사자를 보내‘왓다여, 승가는 당신에 대해 발우를 엎기로 했습니다. 당신과 승가는 이제 더 이상 서로 왕래하지 않기로 했습니다.’라며 승가의 결정을 전하도록 한다. 이 복발갈마의 대상이 되는 재가불자의 행동은 첫째, 출가자들이 보시를 얻지 못하도록 도모하는 것, 둘째, 출가자의 불이익을 도모하는 것, 셋째, 출가자가 주처(住處), 즉 머무를 곳을 얻지 못하도록 도모하는 것, 넷째, 출가자를 비방하는 것, 다섯째, 출가자와 출가자 사이를 이간질하는 것, 여섯째, 부처님을 비방하는 것, 일곱째, 법을 비방하는 것, 여덟째, 승가를 비방하는 것 등의 여덟 가지이다.

복발갈마는 불법승 삼보를 비난하거나, 혹은 출가자들의 화합을 깨거나, 혹은 출가자를 근거 없이 비방하는 재가불자에 대해 승가가 조용하면서도 확고하게 자신들의 의지를 전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도쿄대 외국인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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