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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엔 아픈 이 약 되고 배고픈 이 쌀이 되리”

기자명 법보신문
  • 복지
  • 입력 2007.05.29 17:26
  • 댓글 0

불우이웃 후원 10년
재미수필가 최 미 자 씨

고국 독거노인·결식아동 위해
매년 100~300달러 보내

‘팔만대장경’ 전산화 불사 때
교포 권선 1만 3000달러 모연

<사진설명>“가난한 이의 뱃속에 쌀이 되고 싶다”는 최미자 씨는 10년 동안 끼니를 거르는 이웃을 도왔다.

“모진 질병 돌 때에는 약풀 되어 치료하고 흉년드는 세상에는 쌀이 되어 구제하게 하소서.”

20년 동안 미국 샌디에이고의 아침은 ‘이산 혜연 선사 발원문’으로 열었다. 매일 아침을 이웃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길 서원하는 재미수필가 최미자(대련성) 씨. 수필집 발간으로 잠시 귀국한 그를 성남의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하루하루 이웃과 나눔을 생각하는 최 씨는 미국 교포 사회에서 보살로 통한다. 집 앞 뜰에서 난 과일을 옆집과 나누고, 사색 깊은 글로 교포들의 마음에 빛 드는 창을 만들어 주었다. 한 사람의 인생이 싱그러운 녹음 같은 이유는 뭘까. 하루를 10년 같이, 10년을 하루 같이 살아 온 그의 마음 외에 그에겐 남다른 불연이 자리하고 있었다.

“송광사 구산 스님과 인연이 참 깊었지요. 스물다섯 살이던 1973년 스님이 삼일암으로 불러 대련성이라는 불명으로 계를 주셨지요. 1999년 미국에선 염불수행을 가르쳐 주신 청화 스님이 금강선원 수계법회 때 신청도 안했는데 똑같은 불명을 주셨어요. 제 삶은 그 무렵부터 향기로운 연꽃을 피우는 밑거름이 되기 시작했어요.”

청화 스님과의 만남으로 그는 매일 아침 나무아미타불 염불과 함께 전생과 이생을 참회했다. 그리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했다. 법정 스님과의 인연으로 (사)맑고 향기롭게를 알게 돼 독거노인, 결식아동 등 끼니를 거르는 이들을 위해 매년 한 번씩 용돈을 모아 100~300달러를 보시하고 있다. 2005년에는 교포들에게 맑고 향기롭게를 알려 그해 50여 명이 가입해 100달러 씩을 후원하도록 글로 권선했다. 또 올해 5월 15일 발간한 첫 수필집 『레몬 향기처럼』(선우미디어) 50권을 판 수익금을 맑고 향기롭게에 후원키로 약속했다.
그의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사건(?)이 있다. 바로 1998년 해인사 『팔만대장경』전산화 불사에 교포들의 관심과 정성을 모았던 것.

“한 일간지에 조그맣게 난 광고를 보고 참여하게 됐어요. 불자뿐만 아니라 후손들에게도 불교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의미 있는 불사잖아요. 또 글로 미국 불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더니 50여 명이 동참해 약 1만 3000달러가 모여 보시했지요.”

당시의 기억을 더듬는 그의 얼굴은 어느새 환희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도 생로병사의 고는 비껴갈 수 없었다. 2002년 고혈압이 그에게 닥친 것. 아찔했다. 눈앞이 하얘지고 정신은 어지러웠다. 가까스로 찾은 병원에서 의사는 ‘임종 때 어떤 종교 의식을 치르고 싶냐’고 물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1987년 미국 샌디에이고로 남편과 딸아이와 이민 온지 20년. 번민이 쌓였다. 그러나 거짓말처럼 그는 병마를 털고 일어섰다.
“눈으로 경전을 읽고 나무아미타불을 염했죠. 또『법화경』을 한 자 한 자 정성을 다해 사경했어요.”

적게 갖고 많이 베풀며 살고자 하는 그는 이생과 인연을 맺은 몸을 벗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이 있다. 11년 동안 가꾼 집 앞 뜰에서, 꽃이 피고 지는 순리 속 부처님의 가르침을 소담하게 담아내고 싶다.
 
성남=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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