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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도 친환경 포장을 해야 한다

기자명 법보신문

효 림 스님
실천승가회 공동대표

지난해 여름 지루한 장마 끝에 폭우가 쏟아져 천지가 무너지는 듯 요동을 치고 큰 홍수가 일어난 일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지요. 특히 내 경우는 지난 87년도 파주 보광사에서 절이 반이나 떠내려가는 수해를 입어 본 경험이 있는지라, 홍수 피해에 대하여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날 오전 8시 좌선을 시작하고 30분 정도나 지났을까, 비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고 이내 후원에서 보살님들이 “스님들 빨리 나와 보셔야 돼요. 절이 다 떠내려가게 생겼어요”하며 다급하게 불렀습니다. 대중들이 밖에 나갔을 때는 이미 물이 마당을 침범하고 있었지요.

고형렬 시인은 한계령 수해지역을 방문하고 한겨레신문에 쓴 글에서 “하늘에서 수천그루의 나무들이 춤을 추며 내려왔다”라는 주민들의 증언을 빌려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다시 그 무서운 장마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직도 이곳 설악산 일대에는 작년의 수해가 전혀 복구되지 않았습니다. 아니 이제 복구를 시작했다고 해야 합니다. 백담사 입구만 해도 진입로가 이제 한창 공사 중입니다. 항상 지적되는 바지만 나라가 하는 일은 이렇게 늦장을 부립니다.

그런데 이번에 설악산의 등산로 같은 경우에는 수해복구가 늦은 이유 가운데 하나가 환경단체들의 반대와 작업 방해, 그리고 언론사들이 내용을 자세하게 알지도 못하면서 비난성 보도를 한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설악산 등산로는 이미 7~80년대에 설치된 철책 다리가 중간, 중간에 있습니다. 이것이 수십 년 전에 한 것이다 보니 노후가 심했습니다. 그것이 지난 수해에 깡그리 떠내려가 버렸습니다. 그런 것을 이번에 다시 설치하는 작업을 하게 된 것입니다. 엄격하게 말하면 예전에 있던 것을 복구하는 것입니다. 물론 군데군데 신설하는 곳도 있고, 다시 물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위치를 계곡 쪽에서 능선 쪽으로 옮긴 곳도 있습니다. 여기에 골조도 옛날 것보다는 더 튼튼하고 발판도 철판이었던 것을 방부목으로 바꿨습니다. 그런데 환경단체들이 이것을 과도하게 설치를 한다고 시비를 건 것입니다.

나는 설악산에 살고 있는 스님으로 절대로 과도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철책다리는 예산이 허락하는 한 더 많이 설치할수록 산을 보호하는 효과와 등산객을 보호하는 효과가 큽니다.

우리나라 산이 다 그렇지만, 특히 설악산 같은 경우 하루에도 수천 명에서 수만 명의 등산객이 찾아오는 곳입니다. 따라서 다니는 길을 잘 설치하지 않으면 그만큼 위험도가 높아집니다. 봉정암 같은 암자에는 연로하신 신도님들도 수없이 많이 찾아오는 곳입니다. 이런 분들이 보다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위험지역마다 철책다리를 놓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여기에 더하여 예산이 허락한다면 위험도가 없는 일반 등산로도 친환경적으로 포장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이 반복적으로 밟고 다니는 등산로는 사람의 발길에 의해서 땅이 패여 나가고, 나무뿌리가 들어나 주변 나무들이 고사를 당합니다. 그렇다고 사람들을 못 오게 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부분적으로는 휴식년을 정하여 길을 다른 곳으로 돌려서 파괴된 등산길을 살리는 일도 시행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합니다. 바닥에 돌을 깔거나 심한 경우 시멘트포장이라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사람의 발길에 망가지고 있는 산을 보호 할 수 있습니다.

부디 환경단체들은 무조건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지 말고, 친환경적이고 자연을 보호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주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런 대안을 제시하는 운동을 해주길 바랍니다. 끝으로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수해복구가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이중으로 피해를 보는 일을 막을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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