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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 ②

기자명 법보신문

중관·유가 종합설로 판단한 원효설이 객관적

<사진설명>원효대사진영.

대승기신론의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기신론의 성격에 대한 원효와 법장 두 분의 견해를 간단히 비교하면서 소개하고자 한다. 기신론 출현 이후 기신론에 대한 연구와 주석서, 논문 등의 책자는 오늘날까지 불교 경론서 중 가장 많은 숫자를 점하고 있다. 그만큼 기신론의 진가를 입증하는 셈인데 그 중에서도 예부터 기신론에 대한 삼대(三大) 소(疏)로 혜원(慧遠), 원효, 법장(法藏)(시대순) 세 분의 것을 꼽는다. 아직 필자의 연구 범위에 미치지 않은 혜원의 것은 잠시 미루고 여기서는 원효와 법장의 것만 다루겠다.

먼저 기신론의 성격에 대해 법장은 여래장연기종설(如來藏緣起宗說)이라 판석한다. 이에 비해 원효는 이 논서가 중관 사상과 유가(유식) 사상의 지·양 종합이라고 말하고 있다. 기신론의 출현 시기와 기신론의 일심이문의 구조상으로 볼 때, 법장설보다는 원효설이 훨씬 타당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승우준교(勝又俊敎)는 단순히 교리 판석의 입장에서 주장한 법장설을 더 발전시켜 대승불교 후기에 중관·유가 두 학파 뿐 아니라 제 삼의 학파로서 여래장연기종 학파가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같은 일본 학자인 고기직도(高崎直道)의 주장은 이와 다르다. 그에 따르면 한역(漢譯)을 잘 사용하지 않는 인도학자와 구미(歐美)학자들은 대승불교라면 중관과 유가의 두 파만을 인정할 뿐이며, 일부 일본학자들이 대승불교 중의 여래장 사상을 또 하나의 특색있는 체계로 고찰하는 것은 그들이 화엄 교학을 통해 오래 전부터 익혀온 생각에 근거한 것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또 다른 일본 학자 백목홍웅(柏木弘雄)은 기신론 자체의 의도와 기신론 내의 하나 하나의 교설의 취지가 반드시 화엄 교학에서의 기신론에 대한 이해와 동일하지 않음은 익히 지적되고 있는 사실이라고 한다. 이상 두 학자의 설을 볼 때 승우준교(勝又俊敎)의 설은 그 근거가 희박하다 할 수 있다.

나아가 법장은 기신론의 과목나눔(分科), 어구 해석에서 원효의 창안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유독 원효의 중관·유식의 지양·종합설을 따르지 않고 여래장연기종설이라 주장한다. 이는 화엄종이 계승한 남도파지론종(南道派地論宗)에서 여래장 내지 진성(眞性)을 말하고 이 지론종남도파의 학설을 대성하여 화엄 교학의 확립에 커다란 공헌을 한 혜원이 그의 『대승의장』(大乘義章)에서 여래장연기, 진성연기를 말한 데 기인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화엄 교학의 관견(管見)에 입각한 법장의 여래장연기종설보다는 그러한 선입견의 전제없이 기신론의 구조와 내용에 의해 중관·유가의 지양·종합설이라 판단한 원효의 설이 훨씬 객관성을 가지며 불교사상 발달사적 입장에서도 더욱 타당성을 갖는다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원효의 중관·유식설과 법장의 여래장연기종설은 그 내용에 있어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 두 설은 내용의 핵심에 있어서는 별 차이가 없다. 단 기신론의 구조는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일심이문으로 되어 있고, 이 이문 중 생멸문에서 각(覺)과 불각(不覺)의 두 가지 성격을 가지고 있는 아라야식에 의해 염법(染法)과 정법(淨法)으로 생멸연기함을 보여준다.

원효가 말하는 진여·생멸 이문과 각과 불각 이의(二義)의 차이점은 이렇다. 즉 이문 중 진여문에는 염법, 정법을 낳게하는 생의(生義)가 없고 염정법을 포괄하는 섭의(攝義)만 있음에 비해 생멸문의 각과 불각의 뜻에는 섭의와 생의가 다 있다는 것이다. 법장의 여래장연기종설이 생멸문 중의 아라야식의 이의성만을 언급한데 비해 원효는 진여와 생멸 이문이 아라야식의 이의성, 나아가 기신론 전체에 대한 대전제로 본다.

따라서 이 이문은 생멸문에서의 아라야식의 이의성을 더욱 극명하게 드러냄에 있어 선도적인 역할을 한다. 이는 또한 거꾸로 일심의 진여·생멸 이문의 전제성(前提性)·상징성은 아라야식의 각, 불각 이의성을 통해 구체적, 실천적으로 전개됨으로써 이문의 지양·종합이라는 기신론의 특성을 더욱 잘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나아가 인간 마음의 진·속, 염·정 이면성에서 어떻게 속·염이 이루어졌고 어떻게 이를 극복하여 진·정으로 나아갈 수 있는가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고찰이라 할 수 있다.
 
은정희 전 서울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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