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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법당에 더 큰 후원을

기자명 법보신문

윤 청 광
방송작가

필자는 가끔 군부대 법당에 간다. 매주 일요일마다 군부대 법당을 방문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있는 자원봉사 포교사들의 부탁을 받으면, 필자는 차마 그 간절한 부탁을 외면할 수가 없다. 군부대 포교사들이 얼마나 어렵게 포교활동을 벌이고 있는지, 얼마나 눈물겹게 고생들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웬만한 약속이 없는 한 그 분들의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다. 듣기에 퍽 민망한 표현이었지만, 일부 종교인들이 “군부대는 선교·포교의 황금어장”이라고 말하면서 경쟁적으로 선교·포교에 뛰어든 곳이 바로 군부대였다.

불교계는 정부당국의 부당한 차별과 편파적인 정책 탓으로 기독교보다 훨씬 뒤늦게야 군부대 안에 들어갈 수 있었으니, 젊은 국군 장병들을 대상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데도 우리는 서양종교에 기선을 빼앗긴 채 말할 수 없는 괄시와 차별과 불이익을 당해야만 했었고, 기독교보다 한참 뒤늦게 시작한 군 포교 활동이었으니 당연히 후발 주자로서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 군부대 안에서 제도적인 종교차별은 없어졌고, 정책적인 차별도 사라졌다. 그리고 옛날에는 부대 안에 교회, 성당만 있었지만 지금은 교회와 성당이 있는 부대에는 거의 법당도 세워져서 겉보기에는 선의의 선교·포교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다.

필자가 처음 군부대 법당에 특강을 나갔을 때, 과연 몇 명이나 되는 장병들이 군법당에 들어올까, 걱정하고 있었는데, 정해진 시간이 되자 질서 정연하게 군법당 안으로 들어오는 군장병들이 200여명에 이르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숫자는 교회나 성당으로 가는 장병보다도 더 많은 인원이라는 설명을 들으니, 한국불교의 미래에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보이는 것만 같아 안도의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국군 장병들은 최소한 고등학교를 졸업한 고학력의 소유자들이요, 대부분 대학 재학 중이나 졸업 후에 입대한 엘리트들이라 그야말로 미래의 한국을 이끌어나갈 주인공들 아닌가.

그날 군법당 가득히 들어앉은 젊은 장병들은 어느 누구하나 조는 사람 없이 그 젊고 푸른 눈망울을 번뜩이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경청했고 때로는 함께 웃고, 때로는 함께 박수치며 법회를 즐겼다. 군부대 포교현장을 직접 가보고 나면, 아마도 누구나 한국불교의 미래에 희망의 빛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옛날과는 달리 이제 군부대는 고학력 사회요, 엘리트집단이다. 그들에게 이제 새로운 불교, 알기 쉬운 불교, 재미있는 불교, 감동적인 불교를 만나게 해주어야한다. 도무지 알 수 없었던 한문투성이의 불교서적과 무슨 말씀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던 한문투성이의 설법대신, 누구나 알기 쉬운 불교 책, 누구나 알아듣는 우리말 이야기를 통해, 저 많은 젊은 엘리트들을 부처님의 가르침 안으로 들어오게 해야 한다.

그런데 군부대 법당에 대한 불교계의 지원이 너무 빈약하고 초라하다. 군 성당이나 군 교회에는 음료수, 초코파이, 색다른 선물들까지 성당과 교회에서 넘치게 보내준다는데, 군법당에는 자원봉사 포교사들이 주머닛돈을 털어 겨우겨우 마련해 오는 초코파이와 음료수와 떡이 고작이니 물질적 후원에 있어서만은 초라하고 빈궁하기 짝이 없다. 방방곡곡에 큰절 작은절이 수없이 많으니 종단적인 차원에서 1사찰, 1암자가 1군법당을 책임지고 후원하도록 ‘1사찰 1암자 1군법당 결연운동’이라도 전개해서 보다 더 조직적으로, 보다 더 적극적으로 군법당을 후원하고 지원해야 한다.

만일 그렇지 않고 자원봉사 포교사들의 희생적인 열성에만 의존한다면 큰 성당, 큰 교회가 조직적으로 지원하는 군 성당, 군 교회의 위세에 군법당은 밀리게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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