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불교의 정론은 점오점수일 뿐이다.”
7월 7일 봉은사에서 열린 한국불교학회 하계워크숍에서 ‘기철학체계에서의 믿음과 깨달음’을 주제로 기조발표를 한 도올 김용옥 세명대 석좌교수는 “돈오돈수가 부처님의 원래적 소박한 가르침에서 벗어난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면서 “근본불교의 정론은 점오점수일 뿐”이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돈오돈수(頓悟頓修), 즉 즉 단박에 깨닫고 깨치자마자 더 이상 닦을 것이 없어지는 것과 달리 점오점수(漸悟漸修)는 점진적으로 깨닫고 깨달은 후에도 계속 닦아가야 한다는 의미다.
김용옥 교수는 “나는 돈오돈수의 궁극적 의미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샤머니즘적 성격이 강한 한국인들에게 그런 이야기들이 판타지를 만들고 있다. 후딱 해탈하고 후딱 해결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불교를 망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한국불교가 기독교와 똑같아지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인간의 행위에 완전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이 과정에는 돈과 점의 구별이 없다. 점수 속에 곧 돈오가 있고 돈오 속에 곧 점수가 있을 뿐”이라며 “돈오돈수 운운하는 것은 불타의 원래적 소박한 가르침에서 벗어난 말류적 개념대립을 극단화시켜 운운하는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또 “근본불교의 정론은 점오점수일 뿐이며, 아라야식의 혁명은 근원적으로 사회적이고 윤리적인 것”이라고 격찬했다.
김 교수는 “믿으라고 강요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나도 부처님처럼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을 믿는 것이 불교”라며 “불교의 근본 가르침은 현대인들로 하여금 종교의 본질에 접하도록 열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깨닫고 난 후 다시 세상으로 환원하는 점오점수의 가르침이 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라며 “종교의 본질을 인지시킴으로써 우리의 종교문화를 젊은이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불교의 몫”이라고 당부했다.
탁효정 기자 takhj@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