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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방학과 산사 체험

기자명 법보신문

정여 스님
부산 여여선원 선원장

한 여름에도 불자들의 마음속까지 상쾌하게 해주는 시원한 소식을 들었다. 부산 안국선원에서 수불 스님이 어린이 포교를 위한 발전 기금으로 상당히 많은 정재를 종단에 희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이번엔 신흥사에서 성일 스님이 어린이 포교 기금으로 많은 성금을 종단에 보시 하신 것이다. 어린이를 위한 포교 공덕은 대자비심이고 보현행원의 실천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좋은 일들을 계기로 어린이 법회가 전국적으로 활성화 되었으면 하는 마음 또한 간절하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곧 여름 방학이 시작된다. 예전에는 방학이 되면 마음 놓고 놀 수 있었기 때문에 도시에 살고 있더라도 농촌에 내려와서 원두막에 가서 참외도 먹고 수박도 먹으며 알찬 시간을 보냈다. 또 개울가에 가서 물장구도 치면서 농촌의 풍경에 젖고 햇빛에 그을린 얼굴은 이내 깜둥이로 변한다. 그래도 아무 부끄러움 없이 철에 맞게 놀았던 지난 시절이 생각난다.

세상이 변해가고 있다고들 한다. 삶의 틀도 예전과 많이 다르게 변했다. 온통 물질적인 문제가 일상생활이 되어 살아간다.

도심지에 살다보면 자동차 소리, 끊임없이 울려대는 스피커 소리, 공사장의 소음 등 귀를 찢을 듯 한 공해 또한 심각하다. 인터넷을 통한 게임 그리고 음란물, 폭력적인 영상 매체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와 한참 건전하게 자라야할 어린이 그리고 청소년들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힘들고 어려운 싸움을 계속하느라 정신이 없다.

지난 시절처럼 별이 쏟아지는 하늘 아래서 자연과 동화되어 살아가던 순수한 그 시절이 한층 그리워지는 시기이다. 그러나 예전과 달리 따로 찾아갈 곳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때에 각 사찰에서는 여름 방학을 이용하여 어린이들이 산사체험을 할 수 있도록 사찰별로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체험을 시행했으면 한다. 여러 사찰들이 여름 방학이면 여름불교학교라는 이름으로 수련회를 열고 있기는 하지만 여름불교학교를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곳이 많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어릴 때 산사에서 스님들이 들려주시는 부처님 일대기를 들으며 하룻밤을 지새우는 경험은 어린이의 일생을 좌우할 만큼 소중하게 다가올 것이다. 그 추억 때문에 평생을 불자로 살아가는 불자님 그리고, 스님들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을 만큼 산사에서의 하룻밤은 어린이들에게는 소중한 경험이다.

평소에 어린이 법회를 하지 않는 사찰이라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일 년에 두 번만이라도 정성을 들여 어린이 산사체험을 시행한다면 어린이 포교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아울러 사찰에서 어린이 포교를 할 뜻이 있다면 어린이에게 너무 어려운 내용 보다는 우선 쉽고 재미있게 법회와 수련회를 운영했으면 한다. 합장하는 방법, 절은 왜 해야 하는지, 절에는 누가 살고 무엇을 하는 곳인지, 스님들은 왜 머리를 깎고 법의를 입으셨는지 등 어린이들이 궁금해 하는 것부터 설명을 친절하게 해 주는 것이 곧 어린이 포교 활성화를 위한 지름길이다. 종각과 일주문, 불이문, 사천왕, 법당 눈에 보이는 건물부터 하나하나 스님들이 어린이들의 손을 잡고 걸어가면서 설명을 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자연이 어우러진 사찰 주변을 거닐면서 나무의 이름도 알려주고 산사 주변에 있는 갖가지 꽃들에 대한 이야기, 산문을 열게 된 유래 등을 자연스레 가르쳐 준다면 어린이들은 자연스레 마음을 열어 불자가 될 것이다.

부산에는 어린이 지도자 연합회가 있고 교사대학도 있다. 이 기관의 불자 선생님들은 여름이나 겨울방학 동안 각 사찰에서 불교학교를 지도할 선생님이 필요로 할 경우 직접 찾아가 어린이 산사 체험 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아직까지 여름 불교학교를 준비하지 못한 사찰이 있다면 이들 기관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린이 포교, 청소년 포교는 이제 한국 불교 전체가 총력을 기울여 풀어야 할 당면 과제다. 여름방학, 겨울방학만이라도 어린이 산사 체험을 사찰별로 이끌어 준다면 한국 불교의 미래는 밝을 수밖에 없다. 어린이 포교는 종단의 미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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