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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거침없는 나눔 정진 비결은 下心이죠”

기자명 법보신문
  • 복지
  • 입력 2007.07.28 11:32
  • 댓글 0

지혜등불봉사신행회
회장 정 영 자 보살

“소년소녀가장 200여명 장학금
’95부터 육법공양…맞춤옷 제작

故 구산 스님에게 법명 받아
40여년 새벽예불서 108참회”

“야, 이놈아 문수행! 잘 해봐라.”

밑도 끝도 없다. 뭘 잘하란 말은 없었다. 1983년 송광사 포교당 서울 법련사에서 고(故) 구산 스님이 대뜸 던진 한 마디. 그 말은 정영자(67·문수행·사진) 보살의 얼굴이 되어 그녀가 나눔의 삶을 살도록 만들기에 충분했다.

뜻대로 행해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했던가. 벌써 일흔을 바라보는 그녀는 1992년 불자 지인들 60여 명과 결성한 지혜등불봉사신행회와 함께 봉사의 현장에 뛰어들었다. ‘어두운 곳에 처한 중생들에게 지혜의 등불이 되자’는 신행회의 다짐을 실천에 옮겼다.

그녀의 첫 행보는 장학금 지원이었다. 교편을 잡았던 경험을 살려 어려운 형편으로 배움의 기회를 놓칠 염려가 있는 학생들을 돕기 시작한 것. 소년소녀가장이었던 학생들을 학교로부터 추천받아 한 해에 중학생 10명과 고등학생 5명을 도왔다. 16년 째 200여 명의 학생들이 누구의 도움인지도 모른 채 학교를 다녔고 다니고 있다. 3년 전부터는 강원도 영월 폐광 지역 중, 고등학생 5명을 몰래 돕는다. 모연이 안 되면 탁발까지 나섰다.

“아이들 얼굴도 몰라요. 서로 안다면 도움 주는 사람과 도움 받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생기잖아요. 불법에도 맞지 않고. 신행회 통장은 회비와 후원금이 모일 때마다 이웃과 나눠 꼭 잔고를 ‘0’으로 만들고 있어요.”

상을 내지 않기 위해 하심하는 것은 필수, 그녀와 지혜등불봉사신행회의 행보는 거침없이 이어졌다. 무료양로원 봉사를 비롯해 군법당 불사, 독거노인 목욕 봉사에 소쩍새마을에는 명절 때 한복 80여벌을 맞춰 보내기도 했다.

그녀는 개신교 신자였다. 숙명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꽃다운 나이 스물여섯에 독실한 불자 가정으로 시집왔지만 식구들은 다른 신앙을 가진 것에 대해 불평 한 마디 없었다. 그런 그녀가 불연을 맺은 것은 한 사찰의 부처님 점안법회에 참석하고 나서부터. 500원을 공양 올리고 정성스레 오체투지로 절을 하는 할머니의 뒷모습에 부처님의 옷 끝자락을 붙잡은 것이다. 그 때부터 40여 년 간 새벽예불에 꼬박꼬박 108 참회를 시작했다.

지혜등불봉사신행회 결성 3년후 1995년 그녀는 육법공양으로 눈을 돌렸다. 자료를 조사하고 대원정사불교대학원 법사과 3기, 조계사불교대학원 2기생으로 불교를 더 배웠다.

“육법공양은 몸을 정갈히 해 보살의 마음으로 정성을 담아 공양물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께 공양 올리는 것이죠. 그 공덕을 시방삼세의 일체중생에게 회향하여, 나와 남이 함께 해탈하기를 간절히 발원하는 의식입니다.”

그녀는 연분홍치마저고리에 눈물고름 연꽃을 단 하얀 저고리, 노리개에 준제진언을 새겨 육법공양에 맞는 옷도 탄생시켰다. 또 연등축제 때 올리는 육법공양도 2년 간 그녀가 교육했다. 신선한 충격에 교계 여기저기서는 지혜등불봉사신행회를 찾았다. ‘만등만화공양대법회’와 백양사 ‘세계무차선법회’, 인도의 요가 구루 스와미 웨다의 요가 강연 60주년에 초청돼 육법공양을 올리기도.

그녀는 불교를 위해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 가르쳤다. 부처님 가르침의 끝자락을 잡고 나눔으로 불퇴전의 정진을 계속하는 그녀, 그녀는 오늘 새벽에도 조계사에서 오체투지로 108 참회 중이다.
 
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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