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육적 평등주의와 불교

기자명 법보신문

이 기 화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대학 입시 전형문제로 대학과 정부의 갈등이 깊어진 것 같다. 얼마 전 이 문제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과 대학 총장들 간의 토론이 대학사회의 불만을 초래했다.

대학입시 전형에 대한 정부의 분명한 규제가 있다. 즉 소위 3불 정책으로, 본고사 불가, 고교등급제 불가, 기여입학제 불가의 방침이다. 원칙적으로 이 세 가지 규제사항을 준수하는 한에서 대학생들의 선발은 대학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즉 정부가 내신비율 반영, 논술고사 출제 등 대학의 자율에 관한 사항에 일일이 간섭하고, 구체적 지침을 강요하는데서 문제가 제기된다.

생각해보면 필자가 대학에 진학 할 옛 시절, 즉 거의 본고사 하나로 입학이 결정될 때가 좋았던 것 같다. 그때는 내신도 없었고, 수능고사도 없었고, 논술도 없었다. 즉 속말로 단칼 승부로 본고사 성적 하나로 모든 것이 결정되었다.

고3이 되면, 대체로 담임교사가 학생의 실력과 희망분야를 참작해 진학할 대학을 추천해준다. 그 추천은 해당 고등학교 선배들의 학교 성적과 국내 여러 대학들의 진학률의 데이터베이스에 의해 결정된다. 즉 지금보다 훨씬 단순한 과정과 절차에 의해 대학진학이 이루어졌다.

2008학년도 대학입시를 둘러싸고 대학 특히 명문대학과 정부 간의 갈등의 배후에는 다음과 같은 교육이념의 차이가 놓여있다. 즉 대학은 능력주의의 입장에서 처음부터 가급적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것이고, 정부는 평등주의의 입장에서 대학에서 수학이 가능할 정도라면 보통학생이라도 선발하여 우수한 학생으로 교육하라는 것이다. 대학교육의 중요한 목표의 하나는 국가가 필요로 하는 우수한 전문 인력의 양성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우수한 인력의 양성에 대학과 정부의 이념 중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일까?

오늘날처럼 세계 각국의 경제활동이 국제화되는 시대에 우리 기업이 아니 우리 경제가 살아남는 길은 세계 제일의 또는 일류의 기업을 육성하는 길 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대학이 세계 일류의 인재를 양성하는 길밖에 없다.

사람은 누구나 다 특정분야에서 남보다 뛰어난 천부의 능력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측면에서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럼 이 능력 또는 적성은 어디에서 비롯하는가? 불교는 전생의 업으로, 다시 말해서 그 분야의 경험으로 설명한다. 이밖에 다른 합리적인 설명이 없는 것 같다. 따라서 교육의 목표는 모든 사람에 대하여 그가 최대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적성을 발굴 계발하여 인류문화 내지는 국가사회의 발전을 위하여 기여토록 하는데 있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교육적 평등주의의 실현이라고 생각된다.

부모 또는 국가가 해야 할 일은 가급적 빨리 이 능력을 정확히 발견하여 이를 계발토록 하는 것이다. 대학은 이 능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계발할 수 있도록 선택되어야 한다.

부모들이 단지 자신들의 허영심에 의하여 자녀들이 갖는 적성을 무시하고 특정한 분야 또는 특정한 대학의 진학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자녀의 일생을 망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그들의 적성을 정확히 발견하고 계발시키는데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나라가 치열한 국제경쟁의 시대에 필요로 하는 우수한 인재를 더 효과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것이 세간적 의미에서 또 출세간적 의미에서 진정한 교육의 평등주의를 실현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