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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 스님 비판 오류 많아 경전 이해 부족에서 비롯”

기자명 법보신문
  • 교학
  • 입력 2007.08.30 10:30
  • 댓글 2

불교학자들 ‘강병조 교수’ 비판 잇따라

“자아 전제한 윤회는
힌두교식 논리
무아 윤회가
불교식 개념”

“성철 스님의 법문은 힌두적이다. 영혼이나 윤회는 없다. 보살신앙을 강조하는 대승불교 경전은 모두 위조된 것이다.”(강병조)

“아니다. 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은 불교사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다. 모든 종교는 이단의 역사다.”(이평래)

“자아를 전제로 하는 강 교수의 윤회 논리가 오히려 힌두적인 해석이다. 하지만 불교를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강 교수의 취지에는 대해 상당히 공감한다.”(임승택)

8월 20일부터 22일까지 오대산 월정사에서 열린 2007 한국교수불자대회에서 가장 첨예한 대립을 일으킨 주제는 단연 강병조 경북대의대 교수가 발표한 논문 ‘성철 스님의 고의 아닌 거짓말’이었다. 현직 정신과 의사이자 대한신경정신의학회장이 ‘과학적 지식’을 근거로 20세기 최고의 고승으로 추앙받는 성철 스님의 모순을 지적했으니 사부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성철 스님의 법문 중 영혼·윤회·깨달음과 관련된 상당부분이 불교나 현대과학과 어긋난다. 성철 스님의 법문에서 불교가 아닌 힌두교의 내용과 시대에 뒤떨어진 비과학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다”를 요체로 하는 강 교수의 발표가 끝나자 불교학자들의 지적이 사방에서 쏟아져 나왔다.

“대승경전은 모두 위조된 것”이라는 강병조 교수의 주장에 대해 이평래 충남대 명예교수는 “대부분의 종교 경전은 그 인물의 사후에 집필·편찬된 것이고 특히 불교는 붓다 입적 후 수백년 후에 문자화된 것”이라며 “각 시대의 문화적 배경 속에 재탄생한 여러 경전들, 특히 대승불교의 경전이 석가모니가 직접 집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조됐다는 주장은 불교사와 불신론(佛身論)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발생한 오류”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영혼이나 마음이라는 것은 뇌의 작용에 불과하다”는 강 교수의 주장에 대해 “종교적 세계를 물리적으로만 해석하려다 보니 마음의 인식작용에 대해 간과하고 있다”며 “강교수의 주장은 인식의 한계를 인식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오류”라고 비판했다.

서울대 강사 명법 스님 또한 강 교수의 과학적 지식체계를 앞세운 불교 해석에 상당한 우려를 표명했다. 명법 스님은 “과학은 경험적 데이터를 다루는 것인데 인간의 관념들을 과연 데이터화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경험상 데이터와 기억상 데이터 반응이 똑같은 뇌과학 입장에서 볼 때 물질적 자극보다 뇌가 먼저 정신 작용 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즉 뇌과학이 인간의 인식작용을 모두 설명할 수 없음을 지적한 것이다. 명법 스님은 또 “성철 스님이 윤회를 이야기한 것은 우매한 중생들의 미혹함에 대한 방편으로 미신적 접근을 한 것이 아니라 인과의 법칙에 따라 마음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법을 가르치고 의식의 기준을 넓히기 위한 의미로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승택 경북대 철학과 교수는 강 교수의 주장이 오히려 힌두적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임 교수는 “자아를 전제로 하는 윤회는 힌두교식 자아-윤회 논리이며, 자아가 존재하지 않고서도 윤회가 존재한다는 무아-윤회설이 불교식 윤회설”이라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또 “부처님이 윤회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다고 강 교수는 주장하지만 사부(四部) 니까야 안에는 부처님이 ‘누구는 죽어서 어디에 태어났다’고 설법하신 내용이 수없이 등장하고 있다”며 “불교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강 교수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불교의 기본 텍스트 자체를 읽어본 다음에 교리에 대한 비판이 이루어져야 하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또 “부처님의 진리는 무아와 연기밖에 없기 때문에 윤회가 성립될 수 없다고 강 교수는 주장했지만 부처님이 말씀하신 연기는 윤회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이야기이며 윤회설과 결코 배치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강 교수의 주장에 대한 옹호의 목소리도 함께 제기됐다. 김용표 동국대 교수는 “강병조 교수의 주장은 신비주의적 방편과 교화를 지양하고 현대인들의 눈높이에 맞게 불교 바라볼 것을 주장했다는 점에서 오늘날 불교학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박성배 스토니부룩 뉴욕주립대 교수 또한 “강병조 교수의 지적이 충분히 타당성이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탁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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