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무왕의 익산 천도는 역사적 진실일까, 아니면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설화일 뿐일까. 백제 익산천도의 진실을 품고 있는 제석사지가 본격적으로 발굴된다.
문화재청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소장 김용민)는 8월 30일 사적 제405호인 익산 제석사지 발굴조사 개토제를 개최했다.
그동안 백제 무왕의 익산천도설은 국내 역사서에는 단 한줄도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이 아닌 옛날 구전설화라는 설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중국 육조(六朝)시대에 육고 등이 지은 『관세음응험기』에서 제석사지는 639년(정관 13년)에 세워졌으나 그해에 뇌우로 인해 불당과 낭방(廊房) 등이 모두 불탔다는 기록이 발견되면서 익산천도설은 근거있는 학설로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관세음응험기』에는 또 제석사와 관련된 내용을 언급하면서 “백제의 무광왕(武廣王)이 지모밀지(枳慕密地)에 천도하여 새로운 정사(精舍)를 지었다”고 하는 기록이 나와 백제 무왕의 익산천도설이 역사적 사실임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근거로 제시됐다. 1990년대 이후 원광대 마한백제연구소의 발굴조사 결과 이곳에서 다수의 명문 기와들이 출토돼 무왕의 백제천도설은 더욱 주목을 끌고 있는 실정이다.
2009년까지 진행될 이번 조사에서는 사역 중심부인 목탑지와 금당지, 강당지에 대한 전면적인 발굴조사를 실시해 사찰의 규모 및 존재양상, 각 유구들의 축조방법을 밝혀내고 익산 왕궁성과 관련된 왕실사찰의 성격을 규명할 계획이다.
제석사지는 1993년 원광대 마한백제문화연구소의 발굴조사에 의해 1탑 1금당식 가람배치가 확인됐으며, 통일신라시대의 제석사 명문와와 백제 당초문 암막새를 비롯해 7세기경 기와가 다량 출토됐다. 또 2003년부터 2004년까지 진행된 제석사지 북동편 지역 조사에서는 7세기 전반의 연화문 수막새, 불에 탄 소조불상 및 악귀상, 벽체편 등이 다수 출토돼 이곳이 제석사지의 건물폐기장임을 확인했다.
이번 발굴조사를 통해 백제 무왕의 익산 천도에 대한 역사적 사실이 보다 구체적으로 밝혀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탁효정 기자 takhj@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