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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는가

기자명 법보신문

이 기 화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샘 우드 감독이 연출한 “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는가? ( For Whom the Bell Tolls)”는 수많은 세계인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1937년 스페인의 파시스트와 공화정부파 간의 내전 때, 미국청년 로버트 죠단(게리 쿠퍼 역)이 공화정부파의 의용군에 투신한다. 그는 사흘 동안에 산중 철교를 폭파할 임무를 띠고 공화정부파의 게릴라들과 협력하면서 내란 중 부모를 잃은 스페인 처녀 마리아(잉그리드 버그만 역)를 만나 사랑을 나누게 된다. 로버트는 임무를 완수하지만 결국 전사하고 마리아와의 짧고 강열한 사랑은 비극적인 종말을 맞게 된다.

이 영화에서 로버트는 단지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자유와 정의를 수호하기 위하여 자기의 조국도 아닌 스페인의 내전에 참전하여 장렬하게 그 목숨을 바쳤다. 이 영화는 어네스트 헤밍웨이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며, 그 제목은 16세기 영국 시인인 존 던의 시에서 따온 것이다. 시는 다음과 같이 맺는다.

어떤 사람의 죽음도 나를 줄인다.
왜냐하면 나 또한 인류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묻지 말아다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느냐고.
종은 바로 그대 자신을 위하여 울린다.

영국에선 사람이 죽으면 마을에서 이를 알리는 조종(弔鐘)을 울린다. 이 아름다운 시는 어느 누구의 죽음도 나의 죽음과 같다는 부처님의 동체대비(同體大悲)의 가르침을 노래하고 있다.

지난 7월 19일 아프가니스탄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23명의 우리나라 샘물교회의 신도들이 탈레반에 납치된 불상사가 발생했다. 그중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 씨가 무참히 총살되어 전 국민이 분노하고 안타까워했다. 다행히 정부의 노력으로 나머지 피랍자들이 모두 석방됐다. 정말 기꺼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처음엔 탈레반은 이들 피랍인들과 체포된 탈레반 병사들과의 맞교환을 요구했으나 아프간 정부가 이를 거절하여 이 문제가 교착상태에 빠지지 않나하고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었다. 그러나 탈레반이 그들의 요구조건을 변경하여 우리 정부와 타협이 이루어져 피랍자들이 풀려나게 되었다. 요구조건들 중 “향후 아프간 내 선교 활동 금지”와 “이달 중 비정부기구 완전철수”는 교세확장의 한 방법으로 한국 기독교회가 위험한 해외 봉사활동에 무분별하게 경쟁하고 있다는 외국 언론의 비판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샘물교회는 피랍자들의 아프간 내 봉사활동이 순전히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취해진 구호활동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석방의 조건에서 우리 정부가 샘물교회의 봉사활동은 비정부 기구의 구호활동이 아니고 한국 기독교의 선교활동이라고 공식적으로 시인하고 말았다. 그리고  탈레반에게 다시는 이런 활동의 재발을 막겠다고 사과했다.

종교의 원초적 기능이 무엇인가? 부처님 말씀에 따르면 중생을 고통으로부터 제도하는 것이다. 샘물교회의 아프간 구호활동은 살해된 사람들의 가족을 포함하여 온 국민과 정부에 깊은 고통과 상처를 주었다. 이점에서 반종교적이었다고 비난받아 마땅하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는가 ”에서 로버트는 그 자신의 자유의지로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여 자유와 정의를 위하여 그 몸을 던졌다. 그는 자신의 목숨을 구걸하지 않았고, 미국 정부도 그를 구출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의 죽음을 알리는 조종이 누구를 위하여 울리는지 우리는 굳이 알아 볼 필요가 없다.

그러나 샘물교회에게 묻고 싶다. 정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역만리에 간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 씨는 누구를 위하여 테러리스트에게 사살되었는가? 왜 희생되었는가? 누구를 위하여 그들의 조종은 울려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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