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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경 스님]성인지미(成人之美)

기자명 법보신문

밤사이 내린 이슬이 아직 날아가지 못한 채 풀잎을 적시고 있던 이른 아침, 부처님께서 극락의 연못가를 산책하고 계셨다. 연못에는 색색의 연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걸음을 멈추고 연못을 구경하시던 부처님은 빼곡히 들어찬 연잎들 사이로 우연히 아래세상을 내려 보게 되었다.

극락의 연못 아래는 지옥이었다. 그 많은 지옥중생들 가운데 부처님의 관심을 끈 이는 칸다카였다. 살인은 물론이고 도적질 같은 악행을 주저하지 않았던 이다. 그가 과거의 어느 때 물건을 훔쳐 달아나다 발에 밟힐 뻔 한 거미를 살려준 적이 있었는데, 부처님께서 이 한 가닥 선행인연을 알아보시고 구제하실 마음을 내셨다. 연못에는 아직 이른 아침이라 거미들이 잎 사이사이에 줄을 치고 있었다. 부처님은 그중의 거미줄 한 가닥을 지옥으로 내려 보내기 시작했다.

한편 칸다카는 캄캄한 지옥에서 갖은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날도 언제 끝이 날지 기약할 수 없는 막막함에 괴로워하고 있었는데, 허공에서 내려오는 희미한 뭔가를 발견했다. 거미줄이었다. ‘이렇게 약한 거미줄이라니!’ 생각하며 한번 잡아당겨 보았다. 신기하게도 거미줄은 끊어지지 않았다.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 칸다카는 조심스레 거미줄을 오르기 시작했다. 점차 팔 힘이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지옥의 고통을 생각하면 잠시도 멈출 수 없었다. 벌써 며칠을 밤낮으로 쉬지 않고 올라가서인지 먼동이 트듯 머리위에 서서히 밝은 빛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제 좀 쉬어도 될 것 같았다.

거미줄에 매달린 채 잠시 휴식을 취하던 칸다카가 문득 아래를 내려보게 되었다. 그랬더니 자신의 거미줄에 끝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매달려 올라오고 있었다. ‘이 약한 거미줄에 저 많은 사람들이라니!’, 그는 아래를 향해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내려가란 말이야. 줄이 끊어진다니까!” 그 순간 거미줄이 칸다카가 잡고 있던 바로 위에서 툭 끊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는 헤어나기 어려울 만큼 깊이깊이 지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시던 부처님께서 말없이 발걸음을 옮기셨다. 극락은 아직 한낮이 되기도 전이었다.

『아미타경』에는 극락세계를 “마음 착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與上善人 俱會一處)”으로 표현한다. 공자는 “그 착함은 남을 먼저 이뤄주기에 아름다울 수 있다(成人之美)”고 했다.

백중은 원래 백종(百種)이다. ‘풍부함’이 근본 뜻이다. 남아서 베푸는 게 아니라 베푸니까 넉넉한 거다. 승가라는 이 공동체 안에서 우린 서로에게 양보하고 기쁨을 주고 있는가?

또 한철이 갔다.


법련사 주지 보경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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