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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명작 산실 봉은사 재조명해야 ”

기자명 법보신문
  • 사회
  • 입력 2007.09.11 09:31
  • 댓글 0

유홍준 청장 초청 특강 300여 명 경청
봉은사, “자문위원 강좌로 시민과 소통”

“봉은사의 판전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추사의 말년, 명품 글씨들을 잉태시킨 탯자리 봉은사에 대해 아는 사람도 없다.”

봉은사가 유홍준〈사진〉 문화재청장을 청해 공개 특강을 열었다. 유 청장은 지난 5월 결성된 봉은사 공식 자문기구 ‘산사나무아래서(위원장 박원순)’의 자문위원. 산사나무아래서는 도심 속 고찰 봉은사의 역할과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동시에 불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모임이다.

이번 공개강좌는 이러한 고민 과정의 일환으로 오늘날 차츰 잊혀져가고 있는 봉은사의 숨은 역사와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고자 마련한 자리다. 특히 ‘동방의 유마거사’로 추앙받는 추사 김정희(1786~1856)가 머물며 말년을 보냈던 4년여 동안 그가 봉은사와 맺었던 인연, 그리고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 추사 글씨의 편액 ‘판전(서울시 유형문화재 제83호)’을 통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봉은사의 옛 문화 향기를 시민과 함께 나누는 자리이기도 했다. 특히 문화와 역사를 매개체로 사회-문화계 인사들과 신도, 더불어 시민들을 하나로 아우르는 봉은사의 새로운 역할모델 모색이라는 점에서 이번 공개 특강에 모아진 세간의 관심 또한 적지 않았다.

봉은사 측의 이 같은 의도에 대한 화답인지 이날 보우당은 열기로 가득했다. 가을비가 제법 많이 내리는 궂은 날씨, 휴일도 아닌 평일에 강의를 하고 듣기에는 조금 이른 감이 있는 오전 8시였지만 우산을 받쳐 들고 삼삼오오 찾아든 300여 명의 청강생들은 순식간에 보우당을 가득 메웠다.

“세상에는 추사를 모르는 사람도 없지만 아는 사람도 없다”며 추사 김정희에 대한 평전을 집필한바 있는 유 청장은 봉은사에서 열린 공개 특강에서도 이 같은 아쉬움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실제로 추사의 말년 삶에 대한 기록과 족적은 과지초당과 봉은사에 집약돼 있습니다. 추사는 봉은사에서 당신 말년의 명작들을 무수히 제작하였습니다. 뭇 사람의 감동을 자아내어 지금도 상찬해 마지않는 추서의 과천시절 작품들이란 실상 봉은사에서 쓴 것이 많았습니다.”

추사는 그의 말년에 해당하는 4년여의 시기를 과천에 지은 초당과 봉은사에서 보내며 수많은 명작들을 탄생시켰다. 그 중에서도 현재 봉은사에 남아있는 ‘판전’이라는 편액은 절명하기 불과 3일 전에 쓴 추사의 절필작이자 대표작이다. 최근 소설을 통해 추사를 현대로 다시 불러온 소설가 한승원 씨 역시 추사의 대표작으로 ‘세한도’와 ‘판전’을 꼽았으니 유 청장의 이번 강의는 추사와 봉은사가 맺은 인연이 얼마나 묵직한 것이었는지를 비로소 일깨워 주는 뜻 깊은 자리였다.

보우당에서의 강의를 끝마치고 직접 판전을 견학한 유 청장과 수강생들은 판전으로 자리를 옮겨 그의 글씨를 직접 보며 ‘큰 재주를 속여 어리숙해 보이는 경지’ ‘어린애 같이 꾸밈없는 천진성’의 경지에 들었던 추사의 향취를 다시 한 번 나눴다.

이번 공개 특강을 기획한 봉은사 측은 “평일 아침에 마련된 강좌라서 많은 인원이 모일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문화와 역사에 대한 신도 및 시민들의 관심이 예상 외로 컸다”며 “봉은사가 위치하고 있는 이곳 강남이 경제, 상업의 중심이지만 이는 바꿔 말해 전통문화와 교육에 대한 욕구에 대해서는 늘 부족한 곳이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봉은사 측은 이번 공개강좌를 계기로 자문기구에 동참하고 있는 사회-문화 인사들이 진행하는 다양한 형태의 공개강좌를 검토키로 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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