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초가을 푸른 들녘이나 연못, 파란 물자락에 날개 접고 가는 다리로 고즈넉이 서있는 흰선비 백로白鷺=해오라기·하야로비·해오라비를 보고 이승世俗에 아무런 뜻-물욕·無心 없는 듯, 아니면 깊이 선禪悅에 잠긴 듯하다 한다. 그래서 설로雪鷺에 설객雪客=흰나그네·설의아雪衣兒·백령사白領에다 선객禪客이라 부르기도.
더운 때! 푸르고 파란빛에 드러난 새하얀 모습에 그윽한 몸짓에서 온 탓.
나아가선, 긴 목과 부리 내리는 절구질·호미질 하는=용서鋤모습은 땀 일하는 농부農夫·農婦, 힘써 글 닦는 선비로 기려 가까이!
이러니-
까마귀 싸우는 골에 백로야 가지 마라/ 성낸 까마귀 흰빛을 새오나니
까마귀 검다하고 백로야 웃지 마라/ 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 소냐……로.
경북 칠곡 8공산 (서쪽) 솔숲절松林寺의 우람한 대웅전(맞배지붕, 5×3, 1686, 숙종12) 안, 나무를 잘 깎아 금빛 곱게 입힌 큼직한 서가釋迦3존(1657, 효종8).
왼쪽 보현보살이 앉은, 모를 죽여 짠 4모 받침의 가운데받침 왼면에 연못자락이 잘 새겨지고 여기에도 하야로비가 서 있다.
성혈사 나한전 문(1634)이나, 전등사 대웅보전(1621)·통도사대웅전(1644)·범어사 대웅전(1717)·금산사 대장전(18세기)들의 불단佛壇에도 보이는.
헌듸! 지난 회 살펴본 흥국사 대웅보전의 서가釋迦부처(1792, 정조16) 빛나투개光背=빛받이=빛지개=빛등메=빛가리개같이, 이 보현보살 받침에도 연밥 위의 하야로비가 있어 눈길 잡는다. 한마디로, 작은 연밥 위에 설 수 없는 큰 해오라비가 작아져…
여기에는, 이런 (불교·불법의) 깊은 뜻이 숨어 있고, 이를 나타내고자 알려주고자 함 때문!
바로, 일로연과一路連果.
곧, 백로의 로鷺는 →로路=길, 연밥蓮果은 →連果로 이어져, 한 달음一路에連 (성불·해탈…들을) (바로!) 이룬다果報!는 것. 그것도 백로의 백白인 →희고 깨끗, 밝고光明 맑게淸淨!
물론, 세속서는 한달음에 합격·성공한다는 一路連科이고 나아가, 일생영화一生榮華=蓮花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