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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학력

기자명 법보신문

청아 스님
대전 지광사 주지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면 부모의 정성어린 보살핌을 받으며 자라게 된다. 이때 모든 부모들은 하나같이 자녀들에게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말과 글을 가르치며, 자식이 훌륭한 인간으로 자라주기를 기대한다.

자녀들이 점점 자라 더욱 성장하면 부모들은 자식들이 훌륭한 스승 밑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온갖 노력을 경주하게 되는데, 대표적인 경우로 우리는 흔히 중국 맹자와 한석봉의 어머니를 예로 든다. 자녀들은 자녀들대로 치열한 경쟁을 거치면서 보다 나은 공부 환경과 훌륭한 스승을 갈구하게 되고, 스승들은 또한 역사적으로 위대한 성현들의 가르침과 인류가 축척해 놓은 지식들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기 위하여 헌신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부모와 스승의 정성어린 보살핌으로 자라 성인이 되면 자녀들은 사회의 일원으로서 다시 부모 혹은 스승이 되어 가정과 학교, 사회와 국가, 그리고 인류를 위하여 각자 나름대로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가정과 인류가 보존되며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에서 어느 부모도 어느 스승도 그리고 어떠한 성현도 거짓을 가르치지 않는다. 그들은 오히려 거짓말을 하지 못하게 가르친다. 부처님께서도 비구들에게 ‘차라리 뜨거운 돌을 먹거나 구리쇠즙을 마실지언정 신도들에게 더 많은 공양을 받기 위하여 거짓말을 하는 것은 사람을 죽이는 바라이죄에 해당된다’며 금기시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바라이죄를 범한 비구들은 다른 비구들과 함께 지낼 수 없도록 승단으로부터 퇴출을 당연시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부모와 스승, 그리고 성현들은 후손들에게 거짓보다는 정직을, 잔꾀보다는 성실을, 그리고 결과보다는 정도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가르쳐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와 스승의 은혜를 저버리는 큰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서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거짓 행위는 위로는 부모와 스승에게 누가되며 아래로는 한참 배우고 있는 자식과 후학들에게 해가 되는 것으로 거짓말 가운데서도 배움에 대한 거짓이 가장 큰 거짓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거짓 학력은 배우지 아니하고 배웠다고 하는 거짓말이다. 이는 성현의 가르침을 왜곡시키고 후학들의 배움을 삿되게 하여, 인류가 인간답게 사는 것을 정신적으로 저해함으로써 오히려 사람의 육신을 죽이는 거짓말보다 그 해악이 더욱 더 크다.

물론 거짓 학력을 가지고도 종교계나 교육계에서 큰 업적을 이룬 이들도 있다지만 그들은 교육의 근간인 정직과 성실을 정직하고 성실하게 가르칠 수 없으며, 타인을 위한 희생과 봉사를 후학들에게 요구할 수 없다. 거짓을 방어하려는 힘을 획득하거나 거짓이 드러날까 두려워 자신의 현재 이익만을 보존하기 위한 잔꾀만이 가득하여 원리와 원칙이 없이 작은 거짓말들로 큰 거짓말을 감추고자 했을 뿐이다. 또한 후학들에게는 위압적인 자세로 맹목적인 복종을 요구하며, 주변에 정도를 걷는 훌륭하고 뛰어난 사람들을 시기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들을 소속된 사회로부터 배척시키니, 그 세세한 해악을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다 할 것이다.

최근 거짓 학력이 세인들의 입에서 논의되고 있음에도 스스로 참회하고 책임지고 물러서는 사람이 하나 없다. 일부 거짓 학력자들이 타의로 드러남에도 이들이 퇴출되어야 한다고 분명히 주장하는 사람이 오히려 소수가 되고, 이들이 학벌사회의 희생자라고 운운하는 사회가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사회이다. 이러한 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이 옳고 그르며, 무엇이 바르며 삿되고, 무엇이 훌륭하고 훌륭하지 않으며, 무엇이 참다운 인간이며, 무엇이 참다운 삶인지, 그리고 무엇이 참다운 진리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무엇이 힘인지는 잘 보여준다. 아는 것이 힘이 아니라 모르는 것이 힘이요, 진실이 힘이 아니라 거짓이 힘이요, 정의가 힘이 아니라 힘이 정의인 사회이니, 이 어찌 황망한 세상이라고 개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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