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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살리기

기자명 법보신문

정 구 복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어제는 민족의 최대명절인 추석이었다. 매년 추석 명절에는 전국에서 1000만 인구가 도시에서 농어촌으로 달려간다. 농어촌에 가는 길은 전국 어디나 아스팔트로 잘 포장되어 있다. 도시의 폐쇄적인 아파트 공간과 소음, 먼지로 가득 쌓인 답답한 곳을 벗어나 바람 시원하고 산천이 아름다운 열려진 자연의 품에 안기게 된다. 시골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들녘의 황금벼 이삭이 고개를 숙이고 시골을 찾은 여러분을 공손하게 반기고 있다. 이런 시골의 정경은 정말 사람이 살만한 자연환경임을 누구나 마음속으로 느꼈을 것이다. 아이들이 고추잠자리를 잡으며, 송사리와 메뚜기를 직접 잡고, 집안의 감나무에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따주시는 홍시를 먹어 본 어린이는 참으로 잊을 수 없는 즐거운 추억이 될 것이다. 지긋지긋하게 공부에만 혹사당하는 도시의 학교보다는 시골 학교에서 자연을 벗하며 자유롭게 자란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사실 자연과 함께 자라는 열린 공간의 청소년 교육이 참다운 인간교육이 될 것이며, 이런 교육은 큰 꿈을 가지고 풍부한 덕성을 가지고 자라는 거목의 인재를 키울 수 있는 길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 농어촌은 나날이 늙어가 앞으로 20년 안에 고사하고 말 처지에 있다. 70대 이상의 노인만이 농촌, 어촌에 거주하고 있으며, 농어촌에서는 송아지 울음소리, 개 짓는 소리는 들을 수 있어도 아기 울음소리가 멈춘 지 오래되었다. 농어촌에 사는 젊은이는 결혼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년 20~30개의 농어촌 초등학교가 문을 닫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에서는 이런 농어촌 대책을 농어촌 죽이기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농사짓는 사람만이 토지를 소유하여야한다는 케케묵은 명분하에 토지의 매매를 금지하고 있다. 농어촌 전답의 매매를 제한한 것은 경제의 흐름을 막아놓은 장벽이 되고 있다.

이런 농촌의 정책은 기업적 농업을 하는 외국과 FTA를 맺으면 우리 농촌의 경쟁력은 더욱 약화된다는 사실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농민은 그럼에도 이를 항의조차 하지 못한다. 도시인이 농촌에 들어가 살려면 우선 전답의 매매의 규제를 풀어야 하고 풍부한 도시의 자본이 농어촌에 들어가게 함이 농어촌을 진정 살리는 길이다. 경제의 흐름을 농어촌이라고 하여 담을 쳐서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일은 농어촌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실은 고사하게 하는 일이다. 농어촌의 이런 인위적 장벽을 하루 빨리 제거함이 농어촌을 부활시키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농어촌을 살리는 길은 우선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농어촌에서 초중등학교를 다니는 사람에게는 특별후원을 하여야 한다. 면소재지 마다 공중목욕탕, 도서관을 세워 국가에서 지원을 하여주고 1개 군에 하나의 병원시설을 갖추어주고, 결혼식도 시골에서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유도하여야 한다.

농어촌을 살리는 길은 국가만이 할 것이 아니라 시민운동으로도 일으켜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농어촌을 살려야 한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의 힘을 합치려면 이를 위한 조직이 필요한데 이를 개인의 힘으로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전번 법보신문에 실린 도선사 혜자 스님의 글을 읽고 많은 불자들의 솟아오르는 정열과 힘을 모으는 조직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다.  불교종단도 농어촌 살리기가 이 시대의 막중한 급무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불교는 자연과 가장 친숙한 종교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민간차원의 사업을 이끌어나갈 조직은 신문사나 방송국 등 언론매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법보신문은 이런 일을 시급한 문제로 삼아 사업단을 구성하고 계획을 추진하기를 바란다. 이는 전국토의 자원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방책이 될 것이고 불국토를 이룰 수 있는 전제 조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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