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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기자명 법보신문

이 기 화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류 작가의 한 사람인 박완서 씨의 단편에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가 있다. 최근에 우리나라 최대 불교종단인 조계종 내부에서 발생한 일련의 불상사들은 우리로 하여금 이 ‘부끄러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육도윤회에서 축생은 인간 아래 차원의 세계이다. 동물들이 부끄러움을 느낄까? 아마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인간과 축생을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은 무엇일까? 부끄러움에 대한 지각이리라.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인간의 모습을 한 축생에 가까운 사람이리라. 안타까운 것은 이 ‘부끄러움’을 모르는 일부 몰지각한 스님들에 의해서 끊임없이 불상사들이 발생하며 우리나라 불교를 한없이 추락시키고 있는 현실이다.

사람 몸 받기가 참으로 어렵다고 한다. 그렇다면 상구보리(上求菩提) 하화중생(下化衆生)을 발원하여 삭발 출가한 스님들이야 말로 사람 몸 받은 기회를 가장 귀중하게 사용하는 참으로 고귀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청정한 보살도를 닦는 대신에 오히려 부끄러움을 모르는 축생업(畜生業)을 닦는 스님들이 있다면, 얼마나 한심하고 안타까운 일인가? 그 스님들은 축생업을 닦으면 내생에 축생의 과보를 받는다는 인과의 법칙도 모른단 말인가?

출가할 때 삭발하는 이유에 머리 위에 아무 것도 얹지 말라고 하는 부처님의 뜻이 담겼다고 들은 것 같다. 즉 머리 위에 자연히 자라는 모발도 잘라버려야 하는데 하물며 인위적인 명예, 즉 세속적인 표현으로 감투 같은 것을 써서 무엇하겠는가?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사찰이나 종단을 운영하기 위하여 행정을 담당할 사판승이 불가피하게 필요함으로 삭발의 의미는 종단의 운영과 발전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직책을 맡지 말고 수도에 전념하라는 뜻이리라.

최근에 불교내부에서 발생한 불상사들 중에서도 압권은 신정아 씨가 예일대 가짜 박사학위로 동국대 교수에 임용된 사건이다. 이 치욕적인 사건으로 국내 명문사학인 동국대가 그 명예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공식적으로 고교졸업장 밖에 없는 신정아 씨가 어떻게 동국대의 교수가 될 수 있었을까? 이 어처구니없는 사건에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홍기삼 전 동국대 총장, 현 동국대 이사장인 영배 스님이 깊이 관여했음이 검찰의 조사로 밝혀지고 있다. 영배 스님은 이 사기사건에 협조한 대가로 자신의 개인 사찰인 흥덕사에 정부로부터 10억 원의 특별교부세를 편법으로 지원받았다는 부끄러운 의혹을 받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동국대가 이 부끄러운 사건에 대하여 국민이 납득할만한 아무런 구체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점이다. 이 사건으로 엘리트 관료였던 변양균 씨가 낙마했다. 그리고 광주비엔날레도 신정아 씨의 박사학위가 가짜임이 밝혀지자 부적격의 그녀를 예술 감독에 임용한 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 이사진이 사퇴하였다. 그들의 부끄러움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조계종 종립대학인 동국대에서 아직껏 이 사건에 대하여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이 부당하게도 이를 조계종 종단의 주류·비주류간의 권력다툼으로 취급하고 조계종의 이미지에 지속적으로 먹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신정아 씨 사건은 동국대의 학원 비리이다. 학원비리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그 학원의 운영전반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동국대의 경우에는 바로 이사장인 영배 스님이다. 그간 영배 스님이 학교발전을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해왔으리라 믿는다. 그렇지만 동국대를 위하여, 조계종을 위하여, 삭발하고 출가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큰 결단을 내리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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