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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동승…한국인의 노스텔지어”

기자명 법보신문
  • 교학
  • 입력 2007.10.29 15:08
  • 댓글 0

조지아대 이향순 교수, ‘동승’의 메타포 분석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오세암, 화엄경, 달마야 놀자, 동승,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등. 최근 20여년간 제작된 한국불교영화에는 거의 대부분 동승이라 불리는 고아소년이 등장한다. 왜 유독 한국 불교영화에는 동승의 캐릭터가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일까.

불교문화연구원이 10월 26일부터 27일까지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불교의 대중화와 뉴미디어’를 주제로 개최한 국제학술대회에서 ‘동승, 향수 그리고 한국불교영화’를 발표한 이향순〈사진〉 조지아대 교수는 동승의 캐릭터에 담긴 한국 불교영화의 메타포를 분석했다.

이 교수는 “어린 고아가 잃어버린 어머니를 동경하는 행위에서 현대 한국인들이 자신의 과거를 향해 던지는 복합적인 시선을 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가 지적한 동승의 등장원인은 현대 한국사회가 앓는 결핍증에서 비롯된다.

도시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은 과거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느끼지만 목가적 삶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다만 시공간적으로 잃어버린 무언가를 막연하게 그리워할 뿐이다.

서양의 물질문명에 대한 대안으로서 동양의 자연주의로 회귀하고자 하는 오리엔탈리즘적인 측면도 있고, 시간보다는 공간을 우선시하는 근대성의 한계를 시간성의 조작을 통해 극복하려는 제스쳐로 볼 수도 있다.

이 교수는 “동승의 메타텍스트적인 사회심리적 상징성을 분석해보면, 불교가 종교언어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문화언어로 외연을 확대하면서 한국사회의 오랜 화두인 근대성에 대한 대안적 담론으로 자리잡게 된 근본적인 이유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즉, 일제와 한국전쟁 등 엄청난 단절과 서구문화의 유입, 한국문화의 재편성 과정 속에 현대사를 거쳐온 한국인들이 1700여년전부터 우리의 정신세계를 이루어온 불교에서 자신의 원형, 머나먼 고향을 그리워하는 향수를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전통사회와 떨어진 고아와 같은 우리의 존재가 고아승려, 즉 동승의 이미지로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승의 이미지는 이별의 고통이자 서울로 대변되는 현대적이고 풍요로운 공간과 대조되는 대상이다. 이 교수는 “과거의 미화와 이상화는 전원적 공동체 사회의 완벽한 복구가 아니라 그에 대한 그리움을 통해 현재의 결핍을 정서적으로 해소하는데 주목적이 있다”며 “과거를 찾아 헤매는 한국인들의 모습은 어머니의 존재를 갈망하는 동승의 모습으로 재탄생되었고, 이것이 한국 불교영화에서 동승이라는 캐릭터가 지니는 그리움의 이미지로 등장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백남준·윤이상 불교세계 조명

이날 학술 대회에서는 이향순 교수 외에 여러 전문가들이 불교영화와 관련한 흥미로운 내용의 주제를 발표했다.

27일 ‘백남준의 불교정신’을 발표한 윤양호 원광대 교수는 “백남준의 예술세계에서 선사상은 예술의 출발점이었으며 이를 통하여 동야과 서양, 물질과 정신을 연결하는 고리를 찾고자 하였다”고 설명했다.

또 ‘윤이상 음악과 불교’를 발표한 볼프강 스파레 국제윤이상협회장은 “윤이상에게서 나타나는 불교적인 개념은 무상(無常)”이라고 정의했다. 볼프강 회장은 “음악은 단지 찰나일 뿐이며, 영원히 흐르는 우주질서의 단편일 뿐이라는 윤이상의 생각은 한편으로는 불교적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도교적인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며 “삶의 무상함과 모든 예술적 표현의 무상함을 인식하는 것은 분명히 불교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탁효정 기자 takhj@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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