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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운영 재가자에게 맡겨라

기자명 법보신문

청아 스님
대전 자광사 주지

작금의 한국불교는 총체적 난국이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성한 곳이 한군데도 없어 도대체 어디서부터 그 해법을 찾아야하는지 막막한 상태이다. 부끄러움도 아픔도 두려움도 느끼지 못 하는 가히 뇌사상태라 할 수 있겠다. 1600년의 한국불교를 현재의 이러한 상태로 만든 책임론보다 이러한 상태가 얼마나 지속될지 그리고 이러한 상태가 얼마나 자주 발생될지가 오히려 더욱 큰 걱정으로 다가 온다. 마치 부모나 스승의 임종을 지켜보는 심정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불법의 지혜가 이 땅에서 다시 꽃피어오도록 불자들은 모두 마음과 지혜를 모우고 아픔과 고통을 나누어 그 해법을 찾아내어야 할 것이다.

먼저 이러한 총체적 난국을 냉철하게 진단하여야 한다. 바른 진단에 의하여 바른 치료가 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재의 난국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극복해야 하는 당위성도 알고 있고 지금까지 수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노력을 해오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난국을 초래한 것은 외부의 탓도 아니고 제도의 탓도 아니며 언론의 탓도 아니다. 이는 현재 불교계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의 무능이다. 급속히 변화하는 사회를 뒷짐 지고 바라보면서 시기적절한 대책이나 노력 없이 좋은 날이 오기만 바라며 수수방관하는 그들의 모습은 그들의 능력한계를 여실이 보여주고도 남는다.

불교계에 인재가 이렇게 없는 것인가? 아니다. 인재는 무궁무진하다. 인재의 부족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인재의 등용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불교계의 구성은 승가와 재가로 되어 있으며, 승가는 크게 비구승단과 비구니승단으로 되어있고, 재가는 우바새와 우바이로 되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불교계를 대표하여 종단을 이끌어온 구성단체는 비구승단이다. 한국불교역사 속에 크고 작은 불난(佛亂)의 핵심에는 항상 비구승들이 개입되어 있음을 우리는 작금의 난국에서조차 목격하고 있다.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에 따라 불교계의 구성단체들이 서로 평등하게 존중하며 화합하여 우수한 인재들이 고르게 등용되어야 현재의 총체적 난국과 미래의 난국을 극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불교계가 국가나 사회를 앞서서 이끌어 가는 리딩그룹(leading group)이 될 수 있다.

이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 구체적 실천방안으로 첫째, 비구승단은 현재 자신의 무능을 인정하고 독단적인 종단운영의 위치에서 물러나야한다. 둘째, 일제치하 때 불순한 의도로 만들어진 총무원의 모든 공직은 재가불자가 맡도록 하여야한다. 따라서 총무원의 모든 공직은 재가자들로 구성하여야 하며, 종회 또한 재가자들로서 구성하도록 한다. 이렇게 하여 재가자들의 인재를 적극수용하고 그들의 사회경륜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하여 물론 선결하여야 할 일은 본사주지의 선임권을 총무원장으로부터 각 본사로 환원시켜야 하며, 승려들의 수계살림도 현재의 단일계단에서 율원이 있는 총림이나 본사로 환원시켜야한다. 또한 각 본사의 재산권 관리도 각 본사로 환원하도록 한다. 이것은 한국불교의 승가전통을 일제치하 이전의 상태로부터 계승하는 일이기도하다. 셋째, 비구니승단이 운영하는 본사를 인정하고 설립하여야 한다. 이러한 비구니본사는 비구니승단의 능력과 규모에 맞게 그 숫자를 늘려갈 수 있도록 하여 우수한 비구니 인재들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넷째, 재가자들이 사찰 주지직을 맡을 수 있게 한다. 재가자들이 창건하거나 소유하고 있는 사찰들을 공찰로 수용하여 재가자들이 책임지고 사찰운영과 포교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재가자 주지사찰들로 구성되는 특별교구를 여러 개 설치 운영하도록 한다.

이러한 방안들이 모두 실천될 때 불교계는 불교계 구성원간의 무한한 선의의 경쟁을 통하여 자정능력을 스스로 갖추게 되며, 상호평등의 관계에서 발전을 할 수 있다. 스스로 이렇게 한다면 공생이 되지만, 외부의 강요에 이끌려 이렇게 된다면 공멸이 될 것이다. 불교가 설자리가 없다면 비구승단은 어디에서 존립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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