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당 서정주의 親日문학

기자명 법보신문
  • 교학
  • 입력 2007.11.06 16:15
  • 댓글 0

자기 합리화 VS 식민지 지식인의 비상구

한국학문학연구소, 3일 학술대회
미당의 功過, 첫 학술적 접근 의의

‘국화 앞에서’, ‘자화상’ 등의 명시를 남긴 미당 서정주〈사진〉는 한국의 대표 시인이라는 찬사와 친일문학자라는 비난을 동시에 받아왔다. 하지만 그의 친일이력은 수많은 애송시 속에 가려진 채 한국문학사의 어두운, 하지만 드러내지 못하는 그림자로 치부돼왔다.

최근 그의 제자들에 의해 미당의 친일문학을 평가하는 학술대회가 열려 주목을 끌었다. 11월 3일 동국대 한국학문학연구소가 주최한 ‘미당의 친일문학-식민지 문인의 내면과 친일의 정신구조’는 미당 서정주의 공과를 논하고, 비난과 처벌 위주로 진행돼온 ‘친일문학 연구’의 새로운 전환점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이 학술대회는 11월 2일부터 4일까지 고창군 미당시문학관에서 국화꽃 축제와 연계해 열린 미당문학제 프로그램 중 하나로 마련됐다.

이 행사를 주최한 한만수 한국문학연구소장은 “미당과 친일이라는 주제를 선정하는데 대해 작고하신 스승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반론도 있었지만 스승의 공뿐만 아니라 과까지도 아울러서 엄정하게 평가하는 것이 그분을 올바르게 기억하는 방식일 것이라는 믿음이 더 우세했다”고 밝혔다.

‘1940년대 전반기의 서정주-그의 친일이 의미하는 것’을 발표한 성균관대 허윤회 강사는 미당이 문학의 영토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일제와의 협력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허 강사는 “조선어로 간행되던 신문과 잡지가 폐간된 이후 많은 시인들이 문학계를 떠나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시기에 자신은 시적인 모색을 멈출 수 없었다”며 “1940년대 전반 문학의 상징적 권력을 외부의 힘에 의해 빼앗겼을 때 신세대들에게 일제와의 협력은 문학의 영토를 지키기 위한 수단일 뿐이며, 문학적 이념의 절대화를 끝까지 실험할 수 있는 시험대이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허 강사는 “해방이후 서정주가 자신의 친일이라는 자의식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것은 이는 문학과 현실의 경계를 지워버림으로써 자신을 문학 속의 전체 속에 유폐시켜 버리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일문학에 대한 윤리와 서정주 연구의 문제점-식민주의와 친일바이러스’를 발표한 김춘식 동국대 교수는 “친일문학 담론에서 민족주의적 관점과 절대악으로서의 친일이라는 관념이 여전히 강하게 존재하고 있다”며 “친일문학의 범주와 대상을 선별하고 이를 비판하는 방식이 곧 과거 역사의 상처를 극복하는 방법이라는 다소 안일한 발상에서 연유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협력자, 친일자에 대한 처단을 겨냥한 비난은 역사를 기억하고 싶어 하지 않는 주체의 망각을 위한 방식”이라며 “친일행적을 감추는 문인과 그것을 드러내고 심판하는 양자 모두 기억의 보존이 아니라 시급한 망각을 바라고 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김 교수는 또 “친일문학 행위에는 전적인 자발성도, 전적인 억압도 존재하지 않으며, 물리적 억압이든 심리적 억압이든, 일정한 억압적 상황과 그에 대한 대응으로서의 소극적 자발성이 존재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친일을 절대선이라고 인식한 경우가 아니었다면 1930년대 후반 이후 친일은 차선 혹은 적어도 최선의 선택으로 인식된 식민주의의 한 출구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경희사이버대 홍용희 교수는 “서정주의 민족적 지향성이 현재와 미래형으로 열리지 못하고 폐쇄적인 과거형 속에 갇혀 있었다”고 비판했다. “서정주의 민족적 전통 지향성과 영원주의는 민족적 개별성을 강조하는 일본의 대동아공영권의 논리와 변별되지만, 서정주는 이 둘을 동방 전통의 계승과 보편성에의 지향이라는 명제 속에 일방적으로 통합시켜 동일화했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이같은 이성적 판단과 역사의식의 결여는 결국 해방 이후 이승만 전기 집필, 전두환 찬양 등의 행보로 이어졌다”며 “이것이 결국 그가 친일문학을 하게 된 동인이며 해방 이후 지속된 신라정신과 영원성의 시학이 구체적인 현실과 탄력성을 확보하지 못한 주된 이유”라고 비판했다.
 
탁효정 기자 takhj@beopbo.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