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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지 못할 약속

기자명 법보신문

효 림 스님
실천승가회 공동대표

종단의 지도자들이 국민들과 그리고 전 불자들에게 지키지 못할 약속을 했다. 조선일보 구독 거부운동이 그것이다. 시작할 때는 마치 큰 전쟁을 치룰 것처럼 조계종뿐만이 아니고 불교계의 제 종단이 모인 종단협의회까지 동참했는데, 그만 국민들과 불교도들과의 약속을 가볍게 취소하고 말았다.

이것으로서 불교계는 다시 한 번 지조도 없고 배알도 없는 집단이 되고 말았다. 조선일보의 가치만 높여주었고, 그들에게 통쾌한 승리만 안겨 주었다. 향후 조선일보와 여러 언론들은 불교계를 더욱 가볍게 취급 할 것이다. 아니 불교계를 어떻게 다루면 된다는 학습을 시켜 주었다.

몇 달 동안 온 나라를 들쑤셔 놓았던 신정아 사건은 불교계의 일부 인사들이 자신들의 당파이익을 위해서 사건을 키우고 스스로 왜곡시킨 점이 없지 않다.

그러니까 불교계 일부 인사들이 내부의 암투로 싸움을 하는 동안 정치권과 보수 언론들은 좋은 호제를 만났다는 듯이 사건을 키웠던 것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불교계가 입은 상처는 불교계 인사들이 스스로 자초한 셈이다. 거기에 정치권과 언론이 자신들의 장사를 위해서 왜곡시키고, 침소봉대를 했다. 그 피해는 순전히 순진한 불자들이 입었다.

들리는 말로 정치 승들은 교단 내에서 자신들의 정치 권력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손해를 본 것이 아니라 그들은 이득을 보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물론 포교 일선에서 포교를 하는 스님들은 수 년 동안 포교한 것이 한순간에 날아가는 것 같은 위협을 느꼈다고 한다. 그만큼 언론의 왜곡보도는 피해가 심각하고, 그 피해는 엉뚱하게도 불교 발전을 위해 혼신을 다하는 스님들이 입었다.

그러나 그런 중에도 나는 이번 일이 교계가 크게 자숙하는 계기로 삼기를 바랐다. 그런데 종단에서는 스스로 조선일보와 싸움을 걸었다. 그동안 전례로 보면 이런 일에 불교계는 한 번도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했다. 항상 용두사미식으로 변죽만 울렸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처음 시작은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이 목소리를 높였고, 전국 사찰에다가 공문을 띄워 조선일보 거부 현수막을 걸게 하는가 하면, 지속적이고도 조직적으로 거부운동을 하겠다고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어떻게 되었는가. 목적하는 바를 이루었는가. 불교계가 바란 만큼 조선일보가 망하기라도 했는가. 아무 성과도 없이 슬며시 조선일보 거부운동은 취소되고 말았다.

솔직히 이렇게 할 것이면 처음부터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이다. 해봐야 소득을 얻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언론사를 상대로 거부 운동을 하는 것은 불교도다운 자세가 아니다. 그래서 이번 사건으로 불교계가 그냥 스스로 자숙이나 하고 큰 교훈으로 삼기를 바랐던 것이다.

여론을 무시하고 언론을 잘못 상대하면 어떤 피해를 입는다는 교훈을 얻는다면 그것만으로 큰 소득이 아니겠는가. 침소봉대를 당하여 언론이 다소 과장보도를 하고 심각한 왜곡보도를 한다고 해도 원인을 제공한 원죄가 있는 만큼, 언론과 싸움을 걸어서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종단의 지도자들은 싸움을 선택했다. 그렇다면 그야 말로 국민이 납득할 만하고 전 불교도가 납득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서야 그만두어야 했다. 적어도 종단의 지도자들이 성명서를 낸 것은 전체 불교도와 국민들과의 약속이다. 거기다가 전국의 불교도들이 동참하라고 하지 않았는가. 사찰마다 현수막까지 걸지 않았는가. 그래놓고 아무 소득도 없이 어느 날 없던 일로 취소를 하고 만다면 이는 엄격히 말해서 약속 위반이다. 이렇게 중요한 약속을 가볍게 위반한다면 앞으로 정치권과 언론사들이 얼마나 불교계를 우습게 볼 것이며, 싱거운 존재로 보겠는가.

그리고 다시 한 번 묻는다. 이번 조선일보 구독 반대 운동으로 불교계가 거둔 성과는 무엇인가. 그냥 심심해서 한 번 해본 일이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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