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도 빼어난 솜씨로 아름다운, 아릿다운 겨집 잘 그려낸 혜원 신윤복(蕙園 申潤福, 758-1813∼)!
다소곳 숙인- 앳되이 뽀얀 살 오른 달걀 얼굴에, 쌍꺼풀 없이 가늘고도 맑고 젖은 듯 고운 눈매, 기름한 코에 작고 오똑·도톰한 앵도 입술하며, 가는 난잎 휜듯 실눈썹을 지닌 맵시.
이리, 붓끝을 가는 실날같이 뽑아낸 솜씨가 숨 멎게 한다.
그 때로선 최첨단 차림-빠숑이었을, 꽉 -조인 그 짧고 작은 삼회장 저고리며 가늘기만한 고름, 날 곧추선 동정깃에 드러난 가녀린 사슴 목에, 틀어 얹은 굵은 트레머리는 크고 탐스러이 땋아 기름 올린 검푸른 윤 도는 어여머리-가발加들은 기생들만이 한껏 누리던 멋부림이렸다. 더 돋보이게, 알 굵은 희붉은 구슬노리개를 건들며.
그러니, 그가 함께 적어 놓았다-
아아, 봄바람春情은
붓이 이를 제대로 그려내게 하노니! 筆端能如 物傳神
이렇듯, 그의 맘과 손만 가면 피는 꽃解語花.
혜원의 미인도가 겹쳐지는, 못지않게 겨루는 그림 그것도 절그림-불화를 하나 본다.
오목·오똑하니 멋진 조개입술은 더하다. 더구나 탐스러이 풍성한 모란꽃 머리띠-꽃花관이 살아있다. 부처 받드는 신중神衆탱의 하나인, 하늘임금과 조물주 곧, 제석帝釋·범천梵天이 나란히 그려진 곁에 모시고 서있는 살오른 겨집 그린 솜씨 예사가 아니다. 그림틀에, 홍洪대비(1831-1903, 헌종 2비)마마의 무병장수를 비는玉體安寧 聖壽萬歲 붓글씨도 뛰어나다.
아낙같이 그려질손 제석·범천이 설마, 조趙대왕대비(1808-1890, 익종비·헌종엄마)·홍洪대비의 모습이었을까 아니면, 그들 모시던 이쁜 궁녀를 유심히 본 그림스님僧이 못내 그린 것이려나.
바로, 흥국사의「덕德절 중은 불 때면서 부젓가락으로 시왕초十王草를 낸(그린)다」는 이름값을 한 솜씬(1868, 고종5)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