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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원짜리 핸드백을 든 여자

기자명 법보신문

윤 청 광
방송작가

부처님께서는 늘 제자들에게 근검절약하며 살도록 가르치셨고, 허영과 사치를 엄히 금했다.

그래서 불교 집안에서는 쌀 한 톨, 배춧잎 한 장, 고춧가루 한 점도 귀히 여기는 것을 청규로 받들어 실천한다. 불교의 수행자가 되려는 사람은 누구나 행자 시절에 쌀 한 톨을 잘못 흘리고, 배춧잎 한 장을 잘못 버리고, 밥풀 한 알을 잘못 버렸다가 큰스님들로부터 호된 꾸중을 듣고 심지어는 주장자를 맞고 절에서 내쫓기는 엄한 벌을 받을 만큼 근검절약은 생활의 기본이었다.

뿐만 아니라 사찰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 같은 이야기 가운데 배춧잎 한 장이 냇물에 떠내려가자 그 배춧잎 한 장을 건지기 위해 십리도 넘는 개울 길을 좇아 뛰어 내려간 전라도 송광사의 사미승 이야기는 사찰에서 근검절약을 얼마나 철저히 실천에 옮기고 있었으며 시줏물을 얼마나 값지고 소중히 여겼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신 승복 사용법은 가히 21세기의 어떤 구두쇠도 흉내 낼 수 없을 만큼 근검절약의 극치를 보여준다.

“입고 있던 승복이 낡아지면 자리깔개로 쓰고, 헌 자리깔개는 배게 주머니를 만들어 쓰고, 헌 배게 주머니는 발 걸레로 쓰고, 헌 발 걸레는 잘게 썰어서 진흙과 섞어 벽 바르는데 쓰도록 하라.”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이토록 엄히 당부하셨다. 그래서 불교 집안의 큰 스님들은 쌀 한 톨, 밥풀 한 알은 농부의 살점으로 여기고 간장 한 방울은 농부의 피 한 방울로 여기라고 누누이 가르치셨다. 심지어 제자들이 함부로 하수도에 버린 밥풀 한 알 한 알을 주워 담아 맑은 물로 씻은 뒤 잡숫는 스승도 한두 분이 아니었다.

허영과 사치에 대해서도 무서울 만큼 날카롭게 꾸짖었다. 온갖 보석과 장신구를 몸에 걸치고 비싼 옷을 휘감고 자랑삼아 법회에 나타난 골빈 여자가 있으면 우리의 춘성 큰스님께서는 여지없이 욕을 퍼부으셨다.

“야, 이 얼빠진 ×야! 그렇게 옷 자랑하려거든 사람들이 많이 모여드는 명동으로나 갈 것이지 미쳤다고 절에 왔느냐.”

1960년대에서 1970년대 중반까지 ‘욕쟁이 스님’으로 유명했던 춘성 큰스님 앞에서는 어떤 여자의 허영과 사치도 용서받지 못했다.

그렇다면 부처님이나 큰스님들께서는 왜 우리들에게 근검절약한 삶을 살라고 엄히 당부하셨고, 왜 허영과 사치를 철저히 금하셨을까. 그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허영과 사치와 낭비는 이 세상을 망치고, 이 세상에 사는 사람들을 속상하게 하며 약 오르게 하고, 불행하게 하며 살맛을 잃게 하는 죄악이기 때문에 철저히 금하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그런데 입만 벌리면 “국민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하고, 오직 국민과 나라를 위해 이 한 몸, 이 한 목숨 아낌없이 바치겠다”고 핏대를 올리며 떠들고 다니는 이 나라 대통령 예비 후보자 한 사람의 부인이 시가 천만원짜리 명품 핸드백을 들고 다닌다면, 더더구나 그 예비 후보자는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하겠다”던 바로 그 사람이라면, 과연 우리는 그 예비 후보자와 그 예비 후보자의 부인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천만원짜리 명품 핸드백을 들고 다니는 여자가 만일 춘성 스님이 계시는 법회에 나타났다면 아마도 춘성 스님께서는 뭐라고 하셨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다. 천만원짜리 핸드백을 들고 다니며 설치는 여자가 있다면, 그 여자는 온몸으로 천하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다니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나를 보세요, 나를 보세요. 나는 천만원짜리 핸드백을 들고 그걸 자랑으로 여기는 여자입니다. 이런 핸드백을 들고 다니는 여자의 남편이 어떻게 제 정신 박힌 남자일 것이며 그런 얼빠진 사람이 과연 어떻게 올바른 공직자가 될 수 있겠습니까.”

이 땅의 2000만 불자들은 천만원짜리 핸드백 같은 건 갖지도 말고, 가까이도 말고, 쳐다보지도 말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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