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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길, 종교의 길

기자명 법보신문

손 혁 재
경기대 정치교육원장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종교계가 정치에 휩쓸리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만 나타나는 양상은 아니고 선거 때만 되면 종교계에 선거바람이 불어왔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특정 종교의 일부 성직자들이 도를 넘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현 단계에서 당선이 유력한 후보가 매우 독실한 그 종교의 신도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보니 그 종교의 일부 성직자들이 설교나 공식 자리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한 성직자는 이번 대선에서 그 후보를 안 찍는 신도는 생명책에서 지워 버리겠다고 농반진반으로 협박을 했다는 사실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그 후보 자신도 봉헌 발언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일이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성직자들도 있다. 지난 달 ‘2007 대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대선 토론회에서 한 성직자는 자신의 종교를 향해 쓴 소리를 던졌다. 자신의 종교가 보수 정치인과 수구보수언론과 연대해 목소리를 내면 진리를 상실한 집단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그 성직자는 대선에 참여하는 것은 ‘무조건’이 아니라, 올바른 이해를 통한 참여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성직자는 이번 대선에서 자신의 종교가 사고만 치지 않아도 다행이라고 발언했다. 이 성직자는 공개석상에서 특정 후보 지지발언을 한 성직자들이 선거법 위반인지 선거관리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는데, 확실하게 선거법에 저촉된다는 해석이 나오면 고발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직자들도 국민이기 때문에 참정권이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 정치에 대해 발언하는 것도 권리의 하나이다. 그러나 성직자들의 정치참여가 도를 넘어서는 안 된다. 종교는 직접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바른 정치를 위한 가르침을 펴야 한다. 독일에는 기독교 정당이 있고, 스리랑카에는 불교정당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국교도 인정하지 않고, 또 특정 종교의 교리를 바탕으로 하는 정당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성직자들이 자신의 종교 신자인 특정 후보를 위해 도를 넘는 언행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도를 넘는 언행은 자신의 종교를 믿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선교에 도움이 된다는 믿음 때문에 나올 것이다. 그러나 특정 종교의 독실한 신도였던 대통령이 그 종교의 발전이나 포교에 도움이 되지 않았던 사실을 잘 알아야 한다. 총리나 장관, 국회의원도 마찬가지였다.

대통령은 자신이 믿는 종교가 있다고 하더라도 국민을 화합시키고 묶어내야 하는 의무가 있다. 특정 종교나 집단의 이익을 위한 대통령은 안 된다. 더욱이 대통령을 하겠다는 정치인이 공개적인 종교활동과 언행으로 사회적 갈등을 일으킨다면 정치인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대통령이 특정 종교를 믿는 것은 자유이다. 다만 이로 말미암아 종교에 대해 불평등한 대우를 해서는 안 된다. 국교가 인정되지 않고 종교의 자유가 있으며, 정교분리의 원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특정 종교를 옹호하거나 차별해서는 안 된다.

예컨대 특정 종교의 독실한 신도였던 김영삼 대통령이 국가 최고지도자라는 지위에 걸맞지 않게 지나친 자신의 종교 편향적 언행으로 물의를 빚었다. 육군 모 부대의 훼불사건이라든지 또 조계종의 종단개혁 과정에서도 공권력 투입이 지나쳤고, 조계사로 피신한 한국통신노조 간부들을 연행한다는 핑계로 조계사에 경찰이 난입하기도 하였다. 이런 예를 보면 종교적 편향을 지닌 정치인이 자칫 종교 갈등을 일으키고, 국민 통합을 저해하게 될 위험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의 행복추구라는 점에서 정치와 종교의 목적은 같다. 하지만 정치가 가는 길과 종교가 가는 길은 달라야 한다. 원래 부처님은 카필라바스투 나라의 왕자였다. 출가하지 않았다면 부처님은 임금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부처님은 정치의 길을 버리고 종교의 길을 걸었다. 종교의 정치개입이 올바르지 못하면 결국 정치의 시녀가 되고 말 것임을 종교인들은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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