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살이가 마치 허공 같기도 하나 달리, 연화장 같기도 한 것이라!處世間 如虛空 如蓮花. 하니, 물같이 깨끗치 못하다면不着 水心淸淨 아예, 이승길 버려버릴지니!超於彼.
라는 멋난 글은, 흥국사 절 뒤켠 산신각-단하각丹霞閣 처마 밑에 걸려있던 현판懸板=걸개널쪽에 적혀진 글. 그것도 산신각 짓고 단청에 산신탱과 산신상 모신 글에楊州牧地 水落山興國寺 山神閣重建 丹記(1889.2, 고종26).
뿐만 아니라, 여기엔 절의 산신믿음山神信仰을 이르는 드문 자료로서도 참으로 귀중키만 하다.
산신은 곧 산왕신으로, 8대산왕이 있다八大山王者 雖曰山神. 서낭신도 되어 길가 고개턱에 있기도 하는데或現城皇神 住於道路諸峴, 크고 작은 뫼와 부리에 살며, 몸 나투시는 곳이 한량없다或現山王神 住於大山小山 大岳小岳等 無量諸處
하면서 드디어는 이제,
산신은, 보살으로 나타나 불법을 돕기도 하는或現菩薩身 助揚佛法, 본래 법신여래로서本以 法身如來 시방누리에 한없이 나투고 있다十方法界 現身無量. 바로, 옛 산왕여래였다!或現佛身 過去山王如來
하며, 불보살까지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18세기부터 모든 우리 절에 산신각이 세워짐은 이러한 믿음자리로 또아리 튼 탓! 그러니,
안으론 보살의 자비심을 지니고, 밖으론 그 위용을 드러내니內含菩薩 慈悲 外現威猛, 이렇게 나퉈 갖춰 놓으면權形能猛之處 마구니가 스스로 물러나고妖魔自推, 재앙이 없어지며 복 내리고最靈之時 消降福, 바라는 모든 것 이루어지며有求皆遂 원치 않는 것 따라붙지 않게 한다는 것이다無願不從.
이러하니! 상궁尙宮 신申씨 극락화極樂華가 이 절 산신각이 없어진 참에- 궁밖 가족들과 힘을 내어,
1888(고종25)해 여름에 다시 세우고, 잘 나툰 산신탱과 상을 모시니戊子夏 與尙宮申氏 共發大願 重建其閣 彩形像 마치 해와 달같이 밝고, 비친 별과 노을마냥 빛나니, 참으로 하늘이 내린 상호라 重重皎暎 爭光日月 照耀溪壑 則星辰雲霞 天生之文也면서, 걸개널에다 또박또박 붓글씨로 낙성식도 잘 치뤘다 기리며 적어놨다. 문득 시주자 이름에,
큰오빠나 아우로 보이는 신석효申錫孝가 행여나, 고종실록에 보이는 거문도첨사巨文島僉使가 되어(1887.3), 1888해에도 보이는 그 신석효는 설마 아니겠지?!
그런데, 그 산신상과 산신탱은 커녕 이 소중한 걸개널도 한데 그냥 내팽개쳐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