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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난 척 하는 나

기자명 법보신문

만물은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이 佛法
그 어떤 수행보다 下心부터 실천하길


저는 잘하는 것도 없고 잘난 것도 없는데 속으로는 잘난 척을 많이 합니다. 어떤 사람은 상대하기도 싫어 무시하거나 피하고, 동창회는 제 부족함이 드러날까 봐 가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가리는 게 많아졌습니다. 수년 전부터 남편과는 각방을 쓰고 있고 남편은 저의 말과 행동에 불만이 많아 제게 상처를 줍니다. 어떻게 마음을 잡고 살아야 할까요.

질문을 하신 걸 보면 고치겠다는 마음이 있는 것 같은데…. 결심이 안 서면 자기 운명을 바꾸기 어렵습니다. 운명을 바꿀 만큼의 큰 결심이 필요합니다. 우선 여러 가지 문제 중에 하나를 골라서 해 보는 게 필요합니다. 그게 뭐냐면 오늘부터 남편에게 고개를 숙이고 참회를 하세요. 영원히 하라는 게 아니라 한 100일만 해 보세요. 남편에게 숙이는 게 안 되면 다른 것도 어렵습니다.

지금 잘난 것도 없는 데 잘난 척하고 있잖아요. 겉으로는 잘난 게 없는데 속으로는 잘난 척 하려니까 내 꼬락서니를 다 아는 동창회는 가기가 싫은 것입니다. 남편 역시 내 꼬락서니를 다 아니까 피하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 남편한테 나를 먼저 숙이는 공부를 해 보세요. 남편이 훌륭한 인격이냐 아니냐를 따지지 말고 ‘우리 남편이 부처님입니다’ 하는 마음으로 남편한테 100일 정도 수행 삼아 숙여 보는 거예요.

그리고 남편이 어떤 말을 하던 “예 알겠습니다”하고 항상 웃으세요. 겉으로만 순종하고 속으로 순종을 안 하면 비굴하게 구는 거고 마음을 내서 스스로 고개를 숙이면 겸손한 것입니다. 수행자는 비굴하지 않고 당당해야 하고 교만하지 않고 겸손해야 합니다. 그러니 남편에게 겸손하게 스스로 숙이세요.

명상하듯이 만 배 절하듯이 수행하는 마음으로 남편한테 숙이면 됩니다. 사실 말은 쉽지만 실제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자꾸 숙이고 순종하면 100일쯤 지나서 남편이 부인을 조금 다르게 생각할 거예요. 그렇게 해서 남편에게 먼저 사랑받는 사람이 돼야 합니다.

그리고 내가 못났다하는 열등의식을 가지지 말고 내가 잘났다하는 우월의식도 가지지 마세요. 내가 어디 가서 중요한 일을 해야 하고 이름이 나야 한다고들 생각하는데, 현실에서 그렇지 않으면 열등의식이 생기고 기분이 나빠 다시 그곳에 가기 싫어지는 거지요.

그냥 나는 길거리의 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세요. 길가의 풀은 남이 쳐다보든 말든, 상관없이 꽃을 피우고 씨앗을 떨어뜨리고 다시 자랍니다. 자꾸 내가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생살이가 피곤해지는 거예요. 존재 자체는 열등하거나 우월한 존재가 없습니다.

부처님은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당당함이 있어야 합니다. 당당하기 때문에 숙일 수가 있고 겸손할 수 있는 거예요. 그래서 부처님이 “나의 제자들아, 교만하지 말고 겸손하며 비굴하지 말고 당당하라”라고 하셨습니다. 당당한 것과 겸손한 것은 같이 갑니다. 천하에 걸릴 것 없이 당당하면 아주 어린아이에게도 거지한테도 숙일 수 있게 되는 거예요.

다시 말씀드리면 참선으로 한철 나는 것보다도, 하루 천 배씩 백일기도 하는 것보다도, 남편에게 숙이는 마음을 내는 게 훨씬 수행을 잘 하는 것입니다. 남편이 잘나서 숙이라는 얘기가 아니에요. 내 수행을 위해 내 공부를 하라는 거예요.

그러니까 한번 숙여보세요. 얼굴은 못났지만 누가 나한테 와서 잘하고 상냥하게 대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생긴 거와 관계없이 상대가 귀여워집니다. 그러나 마음에서 멀어지면 부부라 하더라도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이 없어집니다. 함께 있는 게 목적이 아니라 숙이는 게 목적이에요. ‘이 정도나 숙였는데도 아직도 나를 소, 닭 쳐다보듯이 쳐다보네.’ 이렇게 생각하면 안 돼요. 다만 숙일 뿐입니다. 그렇게 공부를 먼저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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