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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재정공개가 정답

기자명 법보신문

윤청광 방송작가

1970년대 이후, 우리나라가 급격한 산업사회로 변하면서 세상이 온통 황금만능주의에 젖어버렸다. 그리고 이 황금만능주의는 ‘무소유(無所有)’를 본분과 자랑으로 여겼던 불교까지도 부지불식간에 오염시켜 1600년 한국불교 역사상 들어본 적도 없는 ‘관광사찰’을 등장시켰고, 바로 이 ‘돈 많이 들어오는 관광사찰’의 주지 자리를 서로 차지하려고 불교계의 문벌 간에 종권다툼이 일어났으며, 급기야는 같은 문중 간 같은 문도 간에도 주지 자리 쟁탈전을 벌이는가 하면 심지어는 이 주지 자리를 둘러싸고 모략, 중상, 괴문서 살포, 폭력 동원, 살인 사건까지도 일어났다.

어디 그 뿐이었는가. 이른바 종권을 둘러싼 각종 선거에 정치판보다도 더 치사한 금품 살포와 매수와 협박까지 난무했다는 주장이 최근 모 방송의 ‘PD수첩’에 폭로되기도 하여 2000만 불자들의 가슴에 큰 상처를 입히기도 하였다. 또 사찰의 불전으로 들어오는 돈을 빼돌려 그 성스러운 돈을 더럽고 치사하게 탕진하는 일부 승려들의 탈선행위가 세상 사람들에게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더욱이 서로 종단의 권력과 주지 자리를 차지하려고 민사소송은 물론, 형사고발까지 하여 민·형사소송사건으로 탕진하는 금액은 해마다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아무튼 1970년대 이후, 한국 불교계는 수없는 분규와 투쟁과 송사와 비리와 소동과 사회 사건을 일으키면서 연례행사처럼 그 추악한 모습을 세상에 보여주어 왔는 바, 그 원인은 한마디로 해서 ‘돈’ 때문이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다시 말해 그동안 한국불교계에서 일어난 종권다툼과 주지 자리다툼과 감투싸움은 한마디로 ‘임자 없는 돈’을 누가 먼저 움켜쥐고 제멋대로 쓸 수 있느냐를 놓고 벌인 추잡한 권력투쟁이었다. 확언컨대, 불교계의 투쟁과 분규와 싸움과 부정과 비리는 모두가 ‘돈’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그동안 한국불교를 망쳐왔던 백가지 병의 근본원인은 깨끗하게, 정정당당하게, 그리고 완벽하게 공개되지 않은 채 들어오고 나가는 ‘돈’ 때문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사찰이나 종단에 들어오고 나가는 돈만 깨끗하고 정직하게 밝히고 쓴다면 더 이상 한국불교에 종권투쟁, 감투싸움, 부정과 부패는 발붙일 수 없게 된다는 것을 뜻있는 스님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한국불교를 새롭게 살릴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바로 ‘재정공개’인 줄 뻔히 알면서도 그것을 과감하게 실천에 옮긴 총무원장이나 본사 주지급 스님은 그동안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드디어 사찰의 재정공개를 통쾌하게 선언하고 실천한 ‘큰스님’이 나타나셨다. 서울 강남의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바로 그 분인데, 그 용기와 결단과 통쾌한 모범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불교조계종단은 일의일발칠가식을 실천한 부처님의 무소유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명진 스님의 말씀은 천번만번 옳은 말씀이요, “사찰재정을 주지 등이 사유재산처럼 쓸 수 없도록 해, 종단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는 명진 스님의 말씀에 천번만번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또한 “궁극적으로는 스님이 돈을 만져서는 안 되며, 사찰의 곳간은 신도에게 맡기고 일부 스님이 관리 감독 책임만 지는 게 옳다”는 명진 스님의 말씀에 종단과 스님들이 겸허히 귀를 기울이고 사찰의 재정공개가 줄을 이어 실현되고, 종국에는 재정공개가 조계종의 종책으로 확산되어 깨끗하고 신뢰받는 조계종단이 되길 바란다.

대한불교조계종의 모든 암자와 사찰, 총무원은 물론 포교원, 교육원 등 모든 불교기관에서 들어오고 나가는 돈이 깨끗하고 투명하게 밝혀지는 ‘재정공개’가 완벽하게 이루어지면 더 이상 불교계는 투쟁과 비리가 발붙이지 못할 것이다. 고스톱 치는 사이비 승려, 골프 치는 사이비 승려, 양주 마시는 사이비 승려, 갈비 먹는 사이비 승려, 선거에 돈 뿌리는 사이비 승려도 사라지게 될 것이니, ‘재정공개’ 바로 이것이 한국불교의 희망이요,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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