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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연 사후, 천태 기록 삭제됐다”

기자명 법보신문
  • 교학
  • 입력 2007.12.13 14:35
  • 댓글 0

‘한역연 고대사분과 ‘일연의 불교관’ 발표
‘삼국유사’의 ‘숨겨진 코드’ 찾아내 조명

『삼국유사』는 고구려·백제·신라를 소재로 쓴 삼국시대의 역사서인 동시에 일연이라는 위대한 고승의 불교관이 반영된 13세기 후반 고려시대의 사료이기도 하다. 한국인들의 정신적 원형이 가장 잘 드러난 이 사서는 역사학도는 물론, 문학, 철학, 사회학, 문헌학자들의 연구의 보고로 꼽히고 있다.

최근 『삼국유사』를 함께 공부해온 젊은 소장학자들이 한국 고대사 연구의 보고 『삼국유사』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한 학술발표회를 열어 주목을 끌었다. 한국역사연구회 고대사분과 삼국유사연구반은 12월 1일 ‘일연의 불교관’을 주제로 공동연구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날 학술대회에는 조경철, 남무희, 박광연 등 고대사 전공학자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삼국유사』에 담긴 ‘불교’ 코드들을 풀이해냈다.

국민대 남무희 씨는 ‘『삼국유사』 의해편 ‘현유가해화엄’조에 보이는 일연의 유식불교관‘을 발표했다. 남 씨는 일연이 현유가해화엄조를 소략하게 정리한 점에 주목, 이에 대한 배경을 추적했다.

남 씨는 신라에는 두 계통의 법상종 즉 미륵과 아미타를 모시는 태현계 법상종과 미륵과 지장을 모시는 진표계 법상종이 서로 달리 계통을 달리하면서 존재했는데, 두 교단 가운데 태현계는 궁예에게로 법맥이 전해지면서 고려시대에 그 문도를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진표계 법상종 교단은 고려초 인주 이씨들의 후원을 받으면서 번창하였고, 광종 이후에는 더욱더 발전돼 갔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유가해화엄조가 간략하게 서술된 것은 태현계 법상종이 몰락하고, 진표계 법상종이 흥성한 고려시대의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 남 씨의 주장이다.

이화여대 박광연 씨는 『삼국유사』 법화신앙 관련 서술의 특징을 발표했다.
박 씨는 『삼국유사』에 묘사된 낭지와 연회의 법화신앙의 가장 큰 특징으로 개인 수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을 들었다. 즉 이들이 적극적인 대중 교화보다는 자신의 수행에 전념하는 모습을 공통점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박 씨는 “광덕과 엄장, 노힐부득과 달달박박 등 미타신앙이나 미륵신앙을 서술하면서도 일연은 수행의 측면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선승인 일연의 정체성과 포산(1227년부터 1249년까지 일연이 주석했던 수행처)의 분위기와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삼국유사』 법화신앙 서술 내용 가운데 천태 승려와 연관이 되는 대목이 전혀 없으며, 『삼국유사』에 묘사된 법화신앙은 천태 교학과 무관하게 서술되고 있다는 점이 특히 주목된다. 박 씨는 “신라에서 7세기 이후 법화경 보급에 천태 교학의 영향이 있었고, 13세기 법화신앙의 확산에 천태종의 역할이 컸다는 점으로 미루어볼 때 이는 역사적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박광연 씨는 이를 “일연 사후 벌어지는 천태종과 조계종의 갈등과 연관된 것”으로 해석했다. 즉 “일연 사후 『삼국유사』 간행자들에 의해 천태 승려에 대한 기록이 삭제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동아시아역사문화연구소의 조경철 연구원은 신라 불교공인 연대를 재검토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신라가 공식적으로 불교를 받아들인 때는 법흥왕 14년(527)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서는 그 연대를 달리 보고 있다. 삼국유사와 김부식이 찬한 영통사대각국사비에서는 527년으로 보고 있는 반면 김부식의 또다른 저술인 삼국사기에서는 528년으로 서술하고 있다. 또 해동고승전에는 529년으로 보고 있어 신라 불교공인연대는 527, 528, 529년 세 가지 설이 있다.

조 연구원은 “신라의 불교공인은 보통 이차돈의 순교로 널리 알려져 왔지만 실은 흥륜사의 창건, 이차돈의 순교, 법흥왕의 출가, 하령금살생(下令禁殺生)이라는 과정을 거쳤다”며 “일련의 과정은 527년 또는 528년이라는 당해 연도에 일어난 것이 아니고 여러 해를 거쳐서 이루어진 지라 신라 불교공인에 대한 연대에 1∼2년의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즉 527년 흥륜사가 창건되고, 그 이듬해인 528년 8월 5일 이차돈이 순교한 데 이어 법흥왕이 출가를 하고 529년 환궁하면서 하령금살생을 공포한 것이 관점에 따라 신라의 불교공인 연대로 각각 지목됐다는 것이다.

탁효정 기자 takhj@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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