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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경수행 김선자 [하]

기자명 법보신문

상기병 이겨내며 지장경 1000독 회향
인생 스승 입적에 방황…수행으로 극복

 

수행이란 목표를 세우고 한번 시작을 했으면 끝까지 밀어 붙어야 한다고 들었다. 도중에 어떤 이유에서든 그만두게 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지금껏 쌓아온 모든 것들을 포기하고 마냥 쉬라니….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나도 내 목표를 이루고 싶었다. 지금껏 살아온 삶 속에 이처럼 내 스스로의 목표에 매진해온 기억이 얼마나 있던가. 때론 지나친 집착인가 싶어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고 내 스스로 수없이 되뇌이기도 했다. 하지만, 차돌과 같이 단단한 신심과 모든 것을 녹여버려야 얻을 수 있는 뜨거운 구도열을 가진 수행자들을 내 목전에서 봐오며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지장경 독송을 녹음한 테이프를 찾기 시작했다. 내 눈으로 읽을 수는 없으니 들어서라도 한 독, 한 독 하자는 심산이었다. 이 방법이 맞는 수행법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휴대용 카세트에 내가 직접 녹음한 지장경 독송 테이프를 넣고 쉬지 않고 들었다. 앉아서든, 누워서든 끊임없이 귀로 들으며 지장경 독송을 따라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 마침내 3년간 1000독의 목표를 이루게 됐다. 그 기쁨을 어찌 말로 형용할 수 있을까. 나는 그 길로 정일 스님을 찾았다.

나를 한 눈에 알아본 스님은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며 “그동안 어떻게 지냈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그동안의 경과를 말하고 나니 스님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스님은 나에게 “근기가 있어 공부하면 언젠가는 원하는 바를 이룰 것”이라며 “열심히 공부하라”고 당부를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나에게 ‘이 뭣꼬’라는 화두를 내리며 미리 얘기를 해둘 테니 지리산에 있는 스님들의 선방에 들어가 정진하라고 했다.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과연 재가자가 스님들과 함께 선방에 들어가도 되는 것일까. 확실한 것은 이런 기회가 다시 없으리라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무렵 나는 늦게나마 일반 대학에 진학해 못다한 공부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정중히 스님의 뜻을 물리고 대학에 진학하기로 했다. 스님께선 그런 나에게 단단히 화가 나신 눈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왜 스님을 따르지 않았을까 후회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바쁜 학업 중에도 나는 간경 수행과 함께 광명진언 수행을 병행하며 수행을 착실하게 이어나갔다. 수행을 통해 차츰 바뀌어 가는 내 모습에 스님도 화를 풀고 다시금 나의 공부를 이끌어주시기 시작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스님과의 그런 인연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 2004년 스님이 입적하신 것이다. 스승을 잃은 뒤로 난 오랜 기간 방황해야만 했다. 어떤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더 이상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른채 지냈다. 다만, 생전에 스님께서 당부한 그대로 매일 지장경과 광명진언 수행 등을 이어갈 뿐이었다. 밤 12시가 넘도록 간경에 매달리다 염주를 손에 쥔 채로 잠이 든 날도 수없이 많았다.

언젠가 내 공부를 이끌어줄 인연을 만나기 전까지 나는 수행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나를 이끌어준 스님에 대한 보답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참된 수행자의 삶을 살기 위해 나는 오늘도 경전을 펼쳐 든다.

주부(57·노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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