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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가까운 인연 끊어야

기자명 법보신문

박종화 전 경향신문 편집인 겸 편집국장

얼마 전까지 진흙탕 속에서 치른 것 같은 대통령 선거전을 마감한 국민들은 이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에 관한 뉴스에 시선을 보내고 있다. “2013년까지 향후 5년이 어떻게 달라질까” 하는 관심에서이다.

역대 대통령 당선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항상 기대 속에 싹 튼다. 그러나 이렇게 시작한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뀐다. 실례는 예외 없이 역대 정권에서 실증되었다. 역대 대통령들은 당선자 시절과 집권 초기에는 국민들로부터 60~80%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그들의 지지율은 마치 수학 공식처럼 집권 6개월도 지나지 않아 크게 떨어져 말기에는 10 ~ 20%로 마감한다.

왜 그럴까. 국민들이 잠시(5년) 빌려준 권력으로 자기 주변사람과 친인척들로 주요 국정을 주물렀기 때문이다. 밀폐된 공간에서 만연된 부패는 집권 뒤 대통령의 아들과 친인척 및 측근들을 교도소로 보내는 것이 정해진 코스로 국민들의 눈에 비쳤다. 이런 환경에서 국민 생활을 어렵게 만드는 실정은 국민들에게 더 없는 허탈감과 분노를 안겨 주었다.

국민의 분한 감정은 선거 때마다 응징하는 마음으로 드러났다. 반대당에 몰표를 던지는 것으로 쌓였던 실망을 삭혀왔다. 이 같은 실정과 부패가 모두 당시 대통령의 인사 방향에서 비롯되었지만 그 악습은 정권이 바뀌어도 되풀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국가 경쟁력이 해마다 뒷걸음질 치고, 살기가 어려워져 간다는 국민들의 불만도 결국 이런 점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이번 대선에서 집권 여당에 압승한 것도 이 같은 반대교사 현상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 당선자는 지난 26일 분야별 대통령직 인수위원들을 발표했다. 이제 ‘이명박식 인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상징성을 갖는다. 1개월 여 밖에 남지 않은 짧은 기간에 새 정부의 성패를 가를 인사가 마무리 된다.

인사는 어려운 일이다. 대통령이 인사를 잘못하면 정권의 실패로 직결된다. 역대 정부의 인사 실패 교훈은 이미 충분히 쌓여 있다. 당선자가 그 교훈을 얼마나 심각하게 새기느냐에 따라 새 정부가 가는 길도 결정적으로 달라지게 될 것이다.

역대 정권의 인사 중 가장 잘못된 것으로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은 대통령과 같은 고향을 챙기는 지연이다. 대구 출신인 노태우 대통령 때 정부 차관급 이상의 50% 안팎이 영남 출신이었다. 호남 출신은 10% 정도였다. 부산 출신인 김영삼 대통령이 등장하자 영남중에서도 부산·경남출신들의 비중이 급격히 높아졌다. 그러다 호남 출신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호남 출신이 34%로 급격히 증가하고 영남은 20%로 밀려났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5년에 인사권을 행사한 정부 및 산하 단체 고위급 인사 82명 중 26명(32%)이 고향 사람이었다. 정권 초기의 두 배가 넘었다.

지연 못지않은 것이 학연이다. 역대 대통령 출신고나 대통령 고향의 명문고 출신들이 때마다 득세한 것을 모르는 국민이 없다. 이외에도 노 정권이 탄생시킨 ‘같은 편끼리’의 코드 인사는 새로운 해악으로 등장했다. 중앙인사위 자료에 따르면 이 정권에서 임명된 장관의 40%가 대통령 측근 등 코드형이었다.

모든 정권이 공정 인사를 표방하고 출발한다. 그러나 지연, 학연, 혈연 3대 인맥은 부지불식간에 정부와 산하 단체를 파고든다. 결국 정권 후반에 가서는 정권이 치명상을 입은 게 대부분이다. 이 당선자나 국민 모두가 이런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이 당선자는 국민들에게 당선 소감을 처음 피력하면서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일 하겠다”고 다짐했다. 많은 분열과 갈등 속에서 선거를 치렀다. 국민들은 무엇보다 혐오하는 정치가 아니라 국민이 더 가까이 다가서는 정치가 되기를 원한다. 이명박 당선자는 인사부터 지난 폐습과 단절해야한다. 고향, 학교 선·후배, 친·인척으로부터 욕들을 각오로 먼 거리에서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사람들을 등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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