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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5년’이 되기를

기자명 법보신문

윤청광 방송작가

일찍이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똑같은 물이지만, 독사가 마시면 독이 되고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된다”는 이 절묘한 지혜의 말씀을 우리는 지난 5년 동안 절감하며 살았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임기가 5년 단임제로 바뀐 지도 어언 25년의 기나긴 세월이 지나갔다. 그동안 우리는 비탄과 신음과 한숨 속에서 길고 긴 5년의 군사통치도 겪었고, 나라 경제가 송두리째 망해 가는 줄도 모르는 ‘멍청하고 무식한 5년’도 견뎠다. 그리고 우리는 IMF의 처참한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밤낮으로 발버둥을 치며 피땀으로 지옥을 탈출한 5년도 겪었다.

그리고 나서 우리가 너무 방심했던 탓일까. 품위도 없고 무게도 없고, 함량도 모자란 좌충우돌 천방지축의 지겹고 지루하며 답답하고 불안한 5년 세월을 정말이지 아슬아슬하게 잘도 견디어 왔다. 똑같은 5년 세월인데, 그 세월은 독약이 되기도 했고, 우유가 되기도 했고, 맹물이 되기도 했던 것을 우리는 너무나 뼈저리게 절감하며 살아왔다. 그리고 이제 우리 앞에 펼쳐지는 2008년 새해와 함께 또 다른 ‘5년 세월’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앞으로 5년 이명박 대통령이 이끌어갈 대한민국은 과연 우리에게 독이 될 것인지 우유가 되어줄 것인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그가 서울특별시장으로 한창 잘 나가고 있었을 때 그는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하겠다”는 잠꼬대 같은 한 마디를 세상에 던짐으로써 2000만 불교도를 경악케 했고, 바로 이 한마디 망언 때문에 ‘종교편향자’의 대표격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어 왔으며 지난 대통령선거 운동기간 동안 내내 불교계의 환영을 받지 못했다. 이유는 너무 간단했다. 만일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청와대에서 찬송가가 공공연히 울려 퍼지게 될 것이요, 대한민국을 하나님께 봉헌하겠다’는 극단적인 종교편향이 일어나지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불교계의 반감과 견제분위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압도적인 국민의 지지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불교계가 싫어하건 좋아하건, 별수 없이 대한민국을 5년 동안 이끌고 나가게 되었다. 이제 우리 2000만 불자들은 지난 선거에서 그를 지지했건 반대했건 겸허한 마음으로 선거결과를 받아들이고 그의 영도력을 중심으로 힘을 보태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새롭게 열어 가는데 협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만 우리는 앞으로 5년 동안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이명박 대통령이 혹시라도 종교편향 정책을 펼치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불교계의 우려가 “그야말로 기우에 불과했다”고 안심할 만큼 공명정대하고 신중한 모습을 보여 주기를 정중히 부탁드린다. 대통령이 어느 특정 종교에 편향되어 공공연히 특정 종교행사에 편파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거나 중앙정부, 지방정부의 권력과 예산을 특정종교 선교에 악용하는 경우, 타종교 사회에 살고 있는 타종교 신봉자들에게는 크나큰 실망과 상처를 입히게 된다는 점을 깊이 생각해서 절대로 종교편향성을 밖으로 드러내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일찍이 부처님께서는 『잡아함경』을 통해 “사나우면 남들이 꺼려하고, 나약하면 남이 업신여기나니, 사나움과 나약함을 버리고 지혜롭게 중도를 지켜라. 태산같은 자부심을 갖고 누운 풀처럼 자기를 낮추어라. 역경을 참아 이겨내고, 형편이 잘 풀릴 때를 조심하라”고 당부하신바 있다. 그러나 어떤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잘 나갈 때부터 그만 기고만장에 빠져 안하무인, 오만방자, 천방지축을 5년 동안 계속하다가 결국은 패가망신의 길을 걷고 말았다.

똑같은 대통령임기 5년을 우유로 만들지 못하고 독으로 만들어버린 어리석음을 범하게 된 것은 그가 “잘 나갈 때 조심하라”는 부처님의 경고를 무시한 탓이었다. 당선자시절부터 대통령 취임초기 자칫하면 당선자와 그 주변 인물들이 기고만장, 안하무인, 오만방자에 빠지기 쉽다. 그리고 그 비극의 코스에 빠지면 그 다음에는 어김없이 천방지축과 패가망신으로 이어지게 되어 있다. 일이 잘 풀릴 때 뜻대로 잘 나갈 때 바로 그 때를 조심하라. 그래야 앞으로의 5년이 모든 국민들에게 ‘즐거운 5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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