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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민 “불교계 ‘사유 없는 추종’ 요구”

기자명 법보신문
  • 교학
  • 입력 2008.01.14 18:29
  • 댓글 0

경상대 교수 ‘불교평론’서 주장

불교학 ‘알음알이’ 치부는
불교를 계시종교로 전락
“우리나라 불교학은 현실을 지도하기는커녕 현실불교에 휘둘림으로써 건강하지 못하다. 한국의 불교학이 현실종교의 일부로서 의심과 비판이 결여된 독단에 빠져 있으며, ‘진리’라는 거대한 주박에 갇혀 있는 것이다. 한국불교학은 독단가 주박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세계와 소통할 수 있으며 우리의 사유를 보다 풍요롭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불교학계 중진인 경상대 권오민〈사진〉 교수가 교계와 불교학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최근 「불교평론」(2007·겨울)을 통해 “우리에게 주어진 불교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부처님이 이 경에서 그렇게 설했고, 위대한 논사들이 논에서 그렇게 해석했으니 당연한 것으로 여겨야 하는가? 그리하여 경론의 글귀들을 읊조리는 것으로 족해야 할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불교는 ‘있어라 하니 있었더라’고 하는 계시종교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권 교수는 “불교학 체계를 자신의 종교적 신념으로 채택하고 이념화하는 순간 또 다른 탐구를 거부하고 충돌한다”며 “어느 순간 치열했을 탐구의 결과는 앞뒤가 없는 구호로 등장하고 하나의 독립된 사유 형식으로 고착돼 호교적인 찬사와 추종만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비판적 해석이 부재하는 철학사는 진정한 철학사가 아니며 이는 불교철학사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고 주장한 그는 스스로를 등불로 삼고 법을 등불로 삼아 진리를 찾아야 한다는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의 정신이 불교의 핵심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와 함께 권 교수는 불교학을 ‘알음알이’로 치부하는 교계 일각의 시선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이른바 선의 황금시대라고 하는 당송시대에도 여전히 화엄이 성행했고 한켠에서는 천태가 부흥했으며 인류문화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장경이 간행됐다”고 밝히고 “불교학자마저 알음알이 운운하는 인식에 순응하는 것을 보면 (전통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불교가 펼쳐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러한 권 교수의 주장은 90년대 말 이후 신념체계 안에서 불교학을 바라보고 이해해야 한다는 종범 스님, 김성철 교수 등 학자들의 견해와 크게 상충돼 다시 ‘불교학 방법론’에 대한 논쟁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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