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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 스님의 기억으로 남은 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③일종식과 장좌불와 혜암 큰스님

혜암 큰스님께서는 오랜 세월 해인사 원당암에 계셨다. 불사하기 전 원당암은 스님께서 머무시기에 어울리지 않게 작은 암자였다. 스님께서 법문 하실 때면 작은 법당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법문을 훔쳐듣지 말라고 하지만 스님의 수행담을 통한 법문은 첫 발심한 행자에게는 직접 체험하는 냥 온 몸으로 받아들여 질 때라 매번 법당 뒷켠에 앉아 훔쳐 들으며 구법의 갈증을 달래었다.

스님께서 막 출가했을 때 부처님께서 하루 한 끼만 공양하셨다는 것을 몰랐다고 했다. 경을 보다가 부처님 당시 모든 출가 수행자들은 하루 한 끼만 먹었고, 훗날 중국으로 전파되면서 근기가 약해서 저녁을 약으로 여겨 약석(藥石)이라 하고 먹었다는 글을 보신 스님께서는 ‘부처님께서 일종식 하라하셨고 당시에도 한 끼로 살았는데 부처님 제자인 나도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하고는 그날부터 평생을 일종식하시며 오후 불식한다고 하셨다. 그러한 결정을 하신 대단한 믿음에 경외심마저 들었다.

스님은 또 장좌불와로 유명하시다. 직접들은 말씀인데 평생을 장좌불와 하신 계기가 이토록 단순하게 시작되었다고는 믿겨지기 어려울 지경이다. 스님은 출가 초기부터 오직 선원을 찾아다니며 수행하셨다.

어느 수좌가 말하기를 “예전 스님들은 하루해가 질 때면 공부를 열심히 하지 못한 것을 탄식하며 울기도 하고, 밤에 졸음이 오면 송곳으로 허벅지를 찔러가며 잠을 ?고 정진하였고 또, 어떤 스님은 아예 눕지 않고 공부하는 장좌불와 수행을 하기도 했는데 요즘 스님들은 신심이 없고 근기가 부족하여 그렇지 못하다”고 하는 얘기를 들으셨다.

스님께서는 “예전 스님들이 한 것을 요새 스님들이 못 할리 있는가! 이것은 오직 신심이 약하고 위법망구로 정진하겠다는 정신이 흐려 그럴 뿐이다”고 생각하고 그날부터 바로 방에 이불을 걷어치우시고는 평생 장좌불와 하셨다고 했다.
비록 숨어 듣는 법문이었지만 스님의 법문을 듣노라면 용기를 내어 정진해야겠다는 분심이 탱천하기 일 수였다. 그렇지만 그 일은 아무나 흉내 내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앉아 정진하다보면 따스한 이불의 편안함이 더없이 그리워지기가 십상이다. 누가 말했다. 이불은 한자로 이불(離佛)이라고 쓰는데 그 이유는 따스한 이불속에 들어가면 부처님과 이별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출가하고도 얼마나 많은 밤을 부처님을 떠나(離佛) 세속 같은 안일함에 젖어 살았던가? 평생 부처님 곁을 떠나지 않으신 큰스님이 더욱 우러러 보일 뿐이다.

식욕은 또 어떤가! 오후 내내 감자를 캐다가 새참으로 나오는 잘 익은 햇감자 냄새를 맡으면 정말 무의식에 가깝게 손이 벋쳐진다. 하지만 스님께서는 우리들이 먹는 모습을 빙그레 보시면서 조금도 식탐을 일으키지 않으시고 오히려 ‘어~ 얼렁 많이들 먹어, 니들은 그저 먹어야 힘나는 기여.’하시며 부끄러이 먹는 젊은 초심자들의 마음을 편안히 달래 주시었다.

신위도원공덕모 장양일체제선법 단제의망출애류 개시열반무상도
(信爲道元功德母 長養一切諸善法 斷除疑網出愛流 開示涅槃無上道)
믿음은 도의근원 공덕의 어머니, 일체의 훌륭한 법 길러내 주시고, 의심의 그물 끊고 애착을 벗기어, 더없이 높은 열반 나타내 보이네.

화엄경의 경구다.
오직 크나큰 신심과 수행력으로 생을 일관하신 큰스님께서는 종정스님이 되셨고,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부처님을 향한 믿음은 변함이 없으셨다. 오늘도 신심에 관한 경구를 읽으며 스님과 함께 한 시간을 생각하다보면 스님의 그 굳은 믿음 앞에 내일 내일 하며 미루기만 하는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제주 약천사 부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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