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도들 견해 배타 않고 수행과정으로 인정해
자기중심적 다원주의 넘어 포괄주의 지향을
부처님은 당시 외도들의 견해를 배격하고 없애야 할 이단으로 보지 않았으며, 외도들의 견해 역시 수행을 통해 얻어진 결과로 궁극적인 진리에 이르는 과정으로 보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부처님의 이런 포괄주의가 다른 종교에 대한 배타성을 버리고 합리성을 바탕으로 한 타종교 이해를 가능토록 한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했다.
김경래(동국대 박사과정·사진) 씨는 최근 한국불교사연구소가 펴낸 「문학/사학/철학」(겨울 통권 11호)에서 ‘종교 간의 공존을 위한 이론적 모색’이란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범망경』 등 초기 불교문헌을 꼼꼼히 검토한 그에 따르면 부처님은 당대의 다양한 사상 62가지 견해를 분석하고 이를 비판했지만 배격하지는 않았다. 즉 회의론, 한계론, 영속론, 우연론, 불멸론, 단멸론, 운명론 등 견해 역시 수행의 결과이자 깨달음의 한 과정으로 보았으며, 이는 곧 외도에 대한 부처님의 태도가 단순한 ‘관용’이라는 정서적인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사상의 난립 속에서 서로간의 관계를 정립하는 이론으로서 전개됐다는 것.
그는 이어 부처님께서 외도들의 견해를 비판한 것은 더 나아가야 할 수행의 단계를 알지 못한 채 현재를 궁극으로 여기고 안주하기 때문이라고 밝힌 뒤, 부처님의 외도관을 △외도사상에 대한 감정적 대응을 삼가야 할 것 △외도사상을 이성적으로 분석할 수 있어야 할 것 △명백한 대안을 제시할 것 △끊임없이 수행해야 할 것 등 네 가지로 요약했다.
이러한 불교적인 시각으로 오늘날 우리 사회를 보면 유교와 민족종교는 물론 가톨릭, 개신교, 이슬람교 등 서구종교 또한 진리에 이르는 불교수행의 한 과정으로서 이해하고 포용해야 할 대상이다. 동시에 특정종교가 불교를 이단시 하고 공격하니까 불교도 똑같이 대응한다면 엄밀한 의미에서 이미 ‘불교’가 아니라는 것이다.
김경래 씨가 부처님의 포괄주의에 주목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 다종교 사회에서 자기중심적인 ‘다원주의’로는 명백한 한계가 있고 상대방의 견해를 포용해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포괄주의가 가장 이상적인 형태인 까닭이다. 즉 다원주의적인 견해가 정치적·사회적 방법론을 통한 ‘공간적’ 합의와 양보는 도출해낼 수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신앙적 차원에서의 종교간 대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 “만약 신앙의 경험을 철저히 개인의 만족으로 국한시킨다면 그 경험은 대화와 화합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각자의 경지에서 머무르며 만족하는 신앙주체에게는 더 이상 경험의 상승작용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경래 씨는 “부처님은 『범망경』을 통해 먼저 배타나 호의 등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상대는 물론 나 자신을 이성적으로 관찰해 그 한계를 통찰할 것을 제안했다”며 “부처님 말씀대로 그럴 때 진정한 화합과 지혜의 상승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종교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현대사회에서 김경래 씨가 제안한 부처님의 포괄주의적 견해는 종교들 간의 배타성 극복을 위한 새로운 대화의 원리로 주목받고 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