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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랑 박사의 율장 속 부처님 이야기]

기자명 법보신문

화합의 기반은 감사와 배려

도반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
상대 관점서 이해하려는 마음 가져야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누구나 하나 이상의 공동체에 속하기 마련이다.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시작된 우리들의 삶은 성장과 더불어 자의든 타의든 이런저런 공동체에 포함되어, 이를 통해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기도 하고, 또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 가기도 한다.

세상에는 다종다양한 내용의 공동체가 존재하지만, 불교의 출가자들로 구성된 ‘승가공동체’는 특히 공동체생활의 진수를 보여준다. 구성원들의 공통점이라고는 깨달음이라는 위대한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절실한 마음 하나 밖에 없다. 나이도 제각각이며, 세속에서 살아왔던 삶의 배경 또한 제각각이다.

피로 엮인 사이도 아니며, 특별한 이익이나 취미 활동을 위해 모인 사람들도 아니다. 그저 이런저런 삶을 살다 부처님의 법을 만나, 적극적으로 그 가르침에 따라 수행해 보겠노라 다짐하며 세속을 떠나 온 사람들이 모여 이루어진 것이 승가공동체인 것이다.

이 세상 많은 부부들의 삶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인간은 둘만 모아 놓아도 하루가 멀다 하고 크고 작은 언쟁들이 오고 가기 마련이다. 하물며 때로는 수백 명이 함께 생활해야 하는 승가공동체의 내부 모습은 어떠하겠는가. 율장의 내용을 이루는 그 많은 규정들은 결국 이 승가공동체를 잘 운영하여 모든 구성원들이 출가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최상의 조건을 갖추어 주는 것에 있다. 구성원들 사이에 싸움과 대립이 끊이지 않는다면, 어찌 수행에 전념할 수 있겠는가, 또 어찌 그 공동체 자체가 존속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인지 승가공동체의 최상의 이념은 화합이다.

부처님께서는 도처에서 만나는 출가제자들에게 꼭 던지는 질문이 있으셨으니, 즉‘너희들은 화합하여 서로 기뻐하며 싸우지 않고 우유와 물처럼 섞여 서로 자애로운 눈으로 바라보며 지내고 있느냐?’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제자들은‘스승이시여, 저는 이런 도반들과 함께 살 수 있다는 것이 제게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들에게 음으로나 양으로나 언제나 자비로운 행동과 말과 생각을 실천합니다. 그리고 또 저는 제 자신의 마음을 버리고 항상 존자들의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스승이시여, 실로 저희들은 몸은 서로 다르지만, 마음은 하나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대답하곤 했다.

서로를 격려하며 험난한 수행의 길을 함께 할 수 있는 도반이 있다는 사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상대방의 존재는 귀하고 감사하다. 그 길고 긴 윤회의 삶 속에서, 바로 이 삶, 그리고 바로 이 순간에 시선을 함께 하고 걸어갈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것은 정말 기적 같은 일이다. 자신보다 나으면 나은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그는 내 자신의 삶에 영향을 주며 나를 발전시켜 줄 것이다. 이 보다 더 감사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다른 사람의 존재에 대한 감사는 곧 그에 대한 자비로운 말 한마디, 행동 하나, 마음 씀씀이로 나타나게 된다. 또한, 자신 만이 옳다고 하는 식의 아집 역시 사라지고 상대방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여유를 지니게 한다.

삶의 과정이나 마무리 단계에서 우리는 그 사람의 완성도를 과연 무엇으로 평가하게 되는 것일까? 그 사람의 고고함일까, 아니면 눈에 보이는 재산이나 권력일까? 아니다. 한 인간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그 사람이 얼마나 주변사람들을 배려하며 그들의 행복에 관심을 갖고 살았는가에 의해 정해진다. 그것이 가족이든, 아니면 이 사회이든, 나아가 이 지구상의 모든 존재들이든….

함께 살아가며 부딪히는 시간들 속에서 우리는 하나하나 모든 인간의 존재 그 자체가 감사해야 할 소중한 선물이라는 사실을 깨달아 갈 것이다. 부처님께서 공동체 생활을 통해 출가자들에게 일깨워주고 싶으셨던 것도 바로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도쿄대 박사 jarang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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