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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성 노예 피해 할머니 800회 수요시위

기자명 법보신문
  • 사회
  • 입력 2008.02.14 20:48
  • 댓글 0

92년부터 17년째 공식사과 촉구 한목소리
“우린 아직 살아있고 분노는 식지 않았다”

“우리는 아직 살아있고 분노는 식지 않았다. 일본정부는 공식사과 하라.”

일본군 성 노예 피해 할머니 5명이 털모자와 털목도리, 마스크로 무장하고 또 다시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섰다. 올해 들어 가장 추웠던 2월 13일 정오 서울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 영하 11도의 칼바람도 가녀린 노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할머니들의 뜨거운 분노를 사그라뜨리지 못했다.

지난 2월 13일은 일본군 성 노예 피해 할머니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함께 한 정기 수요시위가 800회를 맞았다. 손이 시리고 귀끝은 쓰라렸으나 꽁꽁 얼어붙은 입술은 떼야 했다. 인권회복을 할머니들의 외침은 열일곱 번째 동장군을 뚫고 일본정부를 향하고 있었다.

시위는 설 연휴였던 6일 별세한 일본군 성 노예 피해자 지돌이(85) 할머니의 넋을 달래는 묵념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늦봄대안학교 학생들과 청심국제고등학교 학생들이 평화를 주제로 노래와 춤사위를 펼쳤다. 늦봄대안학교 김재욱(15) 학생은 할머니들을 위한 편지를 낭독해 주위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할머니들과 시위참가자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일본정부가 일본군 성 노예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책임 있는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일본정부의 공식사과 및 법적 배상 △미국, 유럽 등 각국에서 채택한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즉각 수용 △올바른 역사교육 등을 한 목소리로 요구했다.

그러나 일본대사관은 물론 주위를 지나치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목소리는 한낱 소리없는 아우성이었다. 빌딩 숲에서 밀려 나오는 사람들은 식당으로 들어가기 바빴고, 옆을 지나쳐도 “저거 뭐하는 거야”, “자주 하는 것 같던데”라는 말과 함께 스쳐갔다.

그럼에도 1992년 1월 16일 시작된 수요시위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그치지 않았다. 현실에 안주하면 희망은 없다. 희망은 있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기에 일본군 성 노예 피해 할머니들은 17년 째 일본대사관 앞에서 갈라지고 쉰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고왔던 손은 검버섯이 피었고 주름진 얼굴엔 눈물 자국이 메마른지 오래였다.

“시위에 처음 나올 때가 63세였다”고 말문을 연 이용수(82) 할머니는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일본정부는 아직도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며 “대한민국에서 우리만 잡혀 갔다고 우리만 피해자가 아닌데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일본정부에 사과를 요구하지 않는다니 말이 되느냐”고 젖은 목소리로 호소했다.

같은 시각 경기 양평군 용문면 양평 효병원 병실에서 고관절 골절로 입원 중인 일본군 성 노예 피해자 김군자(81) 할머니와 만성폐쇄성 폐질환으로 입원 중인 문필기(81) 할머니가 시위에 참석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랬다. 특히 이날 일본 동경 신주쿠역과 후쿠오카 천신 코어 앞에서 일본군 성 노예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시위가 함께 열렸다.

정대협은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두고 3월 5일 열리는 803차 수요시위를 대만을 비롯해 필리핀, 인도네시아, 영국, 호주 등 세계 각국과 연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일본군 성 노예 피해 할머니 234명 가운데 정신적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절반이 넘는 할머니들이 세연을 접었다. 지난 6일 나눔의 집 지돌이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남은 할머니들은 108명뿐이다.

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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