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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心身 고향서 쉬고 싶어요”

기자명 법보신문
  • 복지
  • 입력 2008.02.18 15:52
  • 댓글 0

화계사-법보신문 이주민 돕기 공동캠페인
방글라데시 노동자 카일 씨 온정 기다려

<사진설명> 방글라데시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장지성 씨가 지난 2월 10일 국립의료원을 찾아 하인두암으로 신음하는 카일(사진 왼쪽) 씨를 위로하고 있다.

내 이름은 카일. 내 얘기 한번 들어볼래?
난 방글라데시에서 한국으로 건너 온 외국인 노동자야. 올해 서른두 살이지만 아직 짝을 찾진 않았어. 이래봬도 가장이야. 아버지, 어머니, 4명의 형제자매들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5년 가까이 일을 해왔지. 난 2002년 관광 비자를 받아 경기도 양주시 양말공장에서 열심히 일했어. 그러다 한국정부가 1999년 3월 이후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고국에 다녀오면 체류 기간을 늘려 주는 정책을 실시했었지. 관광 비자 기간이 끝나가자 난 정책대로 일단 고국으로 돌아간 뒤 다시 2005년 인하대 법학과에 외국인 특례로 공부할 수 있게 됐어.

그러나 업무가 끝난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공부를 하기란 여간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어. 몸은 쉬이 지쳐갔어. 결국 2006년 8월 서울대병원에서 듣지도 못한 하인두암이라는 병이 내 몸에 기생한다고 하더군. 정말이지 겪어보지 못하면 모를 고통스러운 항암요법 및 방사선 치료를 받다 돈이 없어 그해 12월 11일 국립의료원에 입원했어. 보건복지부가 국립의료원에서 외국인 노동자 환자 무료진료혜택을 지원해주었거든.

지금 난 몹시 고통스러워. 이제 하인두암 말기라 얼마 살지 모른다고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어. 목에 구멍을 뚫어 관을 넣고 수시로 가래를 빼고, 관을 통해 음식을 먹어야 하지. 암은 이미 폐까지 전이되고 말았어. 약도 이제 잘 듣지 않아. 얼마 전엔 가래를 빼러 온 간호사에게 잔뜩 신경질을 냈어. 하루에도 수차례 죽고 싶지만 고향 가족들 품이 그리워 눈물을 머금고 아침을 맞곤 해.

사실 돈이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화가 나. 벌써 6차례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고 있고 치료비가 1400만원이 나왔어. 다행이 병원의 배려로 1000만원은 병원에서 부담해주기로 했어. 남은 400만원 중 20%는 내가 부담해야 하는데…….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띠뚜 조직팀장이 참 고마워. 한국인들과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호소해 350만원을 모금해줬어. 띠뚜가 여동생과 통화를 했었나봐. 여동생은 내 마지막을 가족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며 도와달라는 말을 했다더군. 목이 아파 소리 내 울지도 못하고 눈물만 흘렸어. 의사 선생님은 비행기를 타고 어떻게 그 먼 곳을 가느냐며, 일이 잘못 될 수 있다고 걱정이 대단하셔.

그러나 난 숨을 거두더라도 내 나라 내 고향 가족 품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어. 여기서 세연을 접더라도 내 한 많은 육신과 영혼은 고향 땅에 묻히고 싶어. 그런데 비행기 삯 등 아직도 1000만원이 더 필요해. 염치없지만 제발 도와줘. 그리고 앞으로 부디 나처럼 멀리 타향에서 생활하는 모든 분들이 병으로 고통 받지 않았으면 좋겠어.

본지는 화계사와 함께 ‘2008 무자년 십시일반 나눔 캠페인-이주민들에게 희망을 보시합시다’라는 주제로 보시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는 행복도량 대원정사(주지 지장)와 동해 여성불교공덕회(회장 박용자)의 후원으로 전개하는 캠페인이다.

앞으로 화계사와 본지는 불치병 자녀나 노동 현장에서 당한 불의의 사고 등으로 고통 받는 이주민 가정 1가구를 선정해 매월 한 차례 불자들의 정성을 모연해 자비의 손길을 전할 예정이다.
농협 032-01-183035 (주)법보신문사 02)725-7014

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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