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가슴에 상처 하나쯤은 가지고 살아간다. 환갑이 지난 60세의 나이라면 세월에 패인 주름만큼이나 많은 곡절들을 안고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때론 병마는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아 삶을 고통으로 얼룩지게 만들곤 한다.
장만근(63·사진) 씨는 꿈은 사라지고 건강한 시절의 향수와 고통만 앙상하게 남았다. 그가 젊었을 때 찾아온 병마가 인생을 좀 먹은 것이다. 군 입대 전 피부가 빨갛게 돋아나더니 가렵기 시작했다. 곧 하얀 비늘이 생겼다. 피부 건선. 이는 당뇨병 발병률과 사망률도 높은 병이며, 관절염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어 이중 삼중의 고통을 받기 마련인 병이다. 결국 그는 의가사 제대 후 부신피질호르몬제를 복용했다. 잦은 복용은 몸에 내성을 갖게 했고 심지어 중독 증상까지 가져왔다. 부작용으로 당뇨, 골다공증까지 겹치고 말았다. 그로인해 척추장애에 폐질환도 그의 병 목록에 추가됐다. 당뇨합병증은 눈을 멀게 했고 시각장애를 덤(?)으로 그에게 가져왔다. 현재 그의 척추엔 지지대가 삽입돼 삶의 무게를 받치고 있다.
그의 삶은 형벌이나 다름없었다. 도와줄 피붙이들은 연락이 두절됐다. 7남매 중 막내인 그는 한국전쟁 때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는 협심증으로 세연을 접었다. 큰형은 그에게 조카를 남기고 죽고 나머지 형, 누이들은 소식을 알 수 없다. 큰형이 죽자 형과 누나들은 조카의 양육을 그에게 맡겼고, 투병으로 경제활동이 어려웠던 그에게 조카의 양육비를 조금 도왔을 뿐이다. 이제 조카는 마흔 셋이 됐지만 사업실패 및 보증문제로 빚더미에 올라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입에 풀칠만 할 따름이다.
삶은 눅눅하고 어두웠다. 월세 15만원 집에서 살며 보조금 38만원과 조카가 벌어온 돈으로 생활했던 그는 그마저 긴 투병으로 병실로 쫓겨났다. 그는 밤이면 링거병에서 떨어지는 링거액의 수를 센다.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링거액은 그를 기다리고 있는 고통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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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