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제일의 낙태율과 세계 제일의 저출산율, 거기에다 ‘고아수출국’이라는 오명에서 여전히 못 벗어나고 있는 21세기 대한민국. 또 불임으로 인해 발생하는 엄청난 의료비와 잇따른 가정파탄 현상들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불교적인 관점에서 입양을 조명한 논문이 발표됐다.
고영섭 동국대 교수는 「불교의 입양관」(불교사회복지연구, 제4호)이라는 논문을 통해 “입양은 내가 낳지 않았기에 오히려 무아행을 실천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며, 입양부모로서 입양아동을 자기 자식으로 키워나가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삶을 이타적 삶으로 성숙시켜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밝혔다.
고령화, 저출산율, 불임시술 증가, 이혼율 급증 등 현상에 대해 꼼꼼히 검토한 고 교수는 “살려는 의지를 지녔을 뿐 아니라 성불 가능성을 지닌 생명체를 인위적으로 임신 중절하거나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생명에 대한 외경심이 필요하다”며 “이타적 존재인 보살의 마음가짐 위에서 입양이 이뤄질 수 있다면 입양은 개인과 사회를 성숙시킬 수 있는 주요한 기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한 부부나 불임부부뿐 아니라 경제적 여력과 개인적 여력이 가능한 불자들 스스로가 보다 성숙한 삶을 살기 위해 입양문화에 적극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 입양부모의 존재는 아파하는 존재들을 다 건져내려는 보살적 인간상과 이타적 인간상에 상응한다는 것이다. 또 비밀입양이 훗날 아이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음으로 자연스럽게 입양사실을 알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자신의 성취가 입양부모로부터 받은 것이라는 자각 위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이타적 인간상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
고 교수는 “입양아동을 키운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그 과정 자체가 자기 자신이 성숙돼 가는 과정이라는 자각만 지닌다면 불교적 인간상으로 환골탈태하는 데 이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