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운 나이 열여덟 살에 일본군에게 성 피해를 입고 경기도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던 문필기 할머니가 5일 오전 지병으로 세연을 접었다. 향년 82세.
문 할머니는 1925년 경남 진양군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가정에서 태어났다. 원하던 공부를 못해 한이 맺혔던 문 할머니는 ‘공부도 시켜주고, 돈을 벌게 해 주겠다’고 말하는 마을 내 일본인 앞잡이 노릇을 하던 50대 아저씨에게 속아 1943년 중국 만주 일본군 위안소에 끌려갔다.
씻을 수 없는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입은 위안소 생활 2년 째 되는 스무 살, 문 할머니는 1945년 8월 해방을 맞아 위안소에서 풀려났다.문 할머니는 중국에서 뚜껑도 없는 화차를 타거나, 밤낮을 걸어서 고향에 돌아왔다. 평생 위안소 생활의 상처를 안고 살던 문 할머니는 1993년 ‘위안부’ 피해자 신고를 한 후 2003년 10월부터 나눔의 집에서 생활해왔다.
나눔의 집 안신권 사무국장은 “문 할머니는 지난해 신부전증과 폐기능 저하 등 지병으로 경기도 양평 용문 효병원서 입원 치료를 받아왔다”며 “누구보다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아내고 싶어 하셨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이어 안 사무국장은 “할머니들이 지병으로 하나 둘 세연을 접고 있는데도 현 정부가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공식사과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발인은 3월 7일 오전 7시 광주장례식장에서 열리며, 고인의 유해는 수원화장장에서 화장한 뒤 나눔의 집 추모공원 내 납골함에 안치된다. 나눔의 집은 4월경 49재와 5월 8일 어버이 날에 문 할머니 추모제를 개최할 계획이다.
한편 지난 2월 6일 지돌이 할머니에 이어 문 할머니의 별세로 현재 나눔의 집엔 7명의 일본군 성 피해 할머니들이 생활하고 있다. 031)768-0064
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