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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 학자 의견 외면…탁상공론 끝 졸속 결론”

기자명 법보신문
  • 교계
  • 입력 2008.03.10 14:25
  • 댓글 0

불기 특위 활동 무엇이 문제인가

전공자 1명 의존…공청회-관련 조사 전무
핵심 벗어난 논리…주요 의혹 규명 안 돼

불기 특위는 관련 전공자 1명에 지나치게 의존해 핵심을 비켜간 졸속 결론을 내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3월 7일 5차 회의를 통해 주요 활동을 사실상 마무리한 ‘불기 사용 문제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불기 특위의 활동과정을 지켜본 교계 관계자들은 “불기 특위가 관련 전공자 1명에 지나치게 의존해 다수 학자들의 의견을 외면한 결과를 낳았다”며 “결국 핵심은 모두 비켜간 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마무리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관련 학자와 해외포교 관계자 등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불기에 관해 조사해야 할 대상이 광범위함에도 관련 전공자 1명만을 조사위원으로 위촉해 모든 것을 일임한 것이 가장 큰 실수”라며 “결과를 상호 비교하거나 협조할 수 있는 조력자가 없었고 과정이나 결과상에서 문제가 드러나도 올바르게 검토하거나 바로 잡을 수 있는 시스템이 전혀 없었다”고 질타했다.

전문가들의 이런 지적은 불기 특위가 당초 목적에서 벗어나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됐던 지난 4차 회의까지의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해 9월 중앙종회에서 처음 결성됐을 당시 불기 특위가 논의할 핵심은 △1966년 종회에서 도입한 불기와 현재의 것이 다르게 사용되고 있는 상황을 바로잡을 것인가 △조계종 기관지인 「대한불교」 1970년 9월 27일자에서 불기가 갑자기 1년 건너뛴 경위가 무엇인가 등 두 가지였다. 그러나 불기 특위는 결과적으로 두 가지 모두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특히 핵심사안이었던 불기 바로잡기는 조사위원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인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버렸다. 초기불교 전공자로서 특위의 조사활동을 전담했던 조사위원은 당초 “WFB는 회원국들조차 공용불기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WFB의 불기가 아니라 ‘전통적인 불교국가’의 것을 참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관련 분야의 학자들이 남방불교 국가들이 사용하고 있는 불기의 특성에 대해 해명하고 WFB의 불기가 지켜지고 있음을 알렸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특정 조사위원이 작성한 보고서를 접한 한 학자는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도 자기주장에 맞춰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끼워 맞춘 흔적이 보인다”며 “중대한 사안을 다루는 보고서를 이렇게 객관성이 결여되도록 작성해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불기 특위는 한국불교의 불기가 잘못 사용되기 시작한 연유도 끝까지 밝히지 못했다. 오히려 “현재 사용되고 있는 한국불교의 불기가 반드시 잘못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시각으로 문제에 접근했다. 당시 불기 변경 이유에 대해 불기 특위는 “1954년 스리랑카에서 창립한 세계불교승가회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측된다”고 보고서에 기술해 놓았다. 그러나 이것은 추측일 뿐, 정확한 근거를 대지 못했다. 더구나 종회의 결의를 통해 변경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현재의 불기가 잘못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지배적이었음에도 끝까지 이를 외면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또 불기 특위는 WFB의 창립 당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스리랑카와 현재 세계본부가 위치해 있는 태국의 불기가 서로 다르다며 1956년 네팔에서 열렸던 제4차 WFB 대회의 결의문을 열쇠로 꼽았다. 그러나 특위의 요청에 WFB 측에서 팩스를 통해 보내온 결의문 사본은 특위의 조사활동에 혼선을 가져왔다. 당초 알려진 바와 다르게 1954년 대회에서 WFB가 불기의 통일을 결의했다는 결의문이 나타난 것이다. 특위는 팩스로 입수된 사본이 증거자료가 될 수 없다며 결의문 원본만을 고집했고 결국 WFB 측이 보내온 자료를 인정하기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불기와 관련된 기관에 대한 현지조사나 유선 혹은 서면 질의가 전혀 없었다는 점도 특위 활동의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특위는 각 국의 불기 사용현황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현지 사찰이나 학자, 혹은 유학생을 통한 이메일 설문만을 진행했을 뿐, 불기 문제를 조사하는데 있어 핵심이 될 수 있는 단체인 WFB 관계자에 대한 인터뷰나 질의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불기 문제에 관심을 두고 연구해 왔다는 한 학자는 “지나치게 조사위원 1명에게 의지하다보니 특위가 문제의 핵심을 망각한 채 탁상공론만 거듭한 결과가 됐다”며 “활동 과정에서 좀 더 많은 다수의 학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면 이렇게 마무리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하중 기자 raubon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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