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5월 15일 발행된 부처님오신날 기념주화. 스리랑카에서는 이날을 기점으로 불기가 2550년으로 변경됐다. |
김미숙 동국대 박사는 “스리랑카 중앙은행이 불기 2550년을 기념하기 위해 발행한 기념주화의 홈페이지에 당시 스리랑카의 불기가 2549년과 2550년에 걸쳐 사용되고 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며 “이것은 불기 특위에서 ‘스리랑카와 인도, 버마, 네팔 등의 올해 불기가 2552년’이라고 조사됐던 결과를 뒤집는 결정적 증거”라고 말했다.
김 박사에 따르면 지난 2006년 스리랑카에서는 불기 2550년을 기념하기 위한 ‘붓다 자얀티(Buddha Jayanti)’ 기념주화가 발행됐다. 이 주화는 그해 5월 11일 취임식을 가진 스리랑카 대통령에게 선물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주화를 발행한 스리랑카 중앙은행은 당시 기념주화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인들에게는 5월 15일 부처님오신날이자 열반일 행사인 베삭데이(Vesak day) 이후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라며 “대통령 취임식에서 첫 선을 보이게 됐지만 이날은 아직 불기 2449년이기 때문에 2550년이 되는 ‘베삭’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판매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 기록은 WFB의 불기와 스리랑카의 불기가 사실상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베삭’ 이전의 스리랑카 불기가 WFB와 동일하기 때문이다. 또 스리랑카의 영향을 받은 인도와 버마, 네팔 등의 국가들도 WFB와 같은 불기를 사용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동안 스리랑카는 2008년 불기를 ‘2552년’으로 사용하는 반면, WFB 세계본부가 위치한 태국은 ‘2551년’을 사용한다고 알려졌었다. 이는 “한국과 스리랑카의 불기는 동일한 것”이라며 “한국불교의 불기가 잘못 사용되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는 주장의 결정적인 근거가 돼왔다.
스리랑카 중앙은행은 ‘불기 2500년’ 기념주화 홈페이지에서 부처님오신날 이후 불기의 변경과 함께 주화를 일반에 판매한다고 공시했다. |
그렇다면 베삭 이후부터 스리랑카와 태국의 불기가 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박사는 “태국의 경우 과거 정부차원에서 서기 1월 1일을 기준으로 불기를 변경하도록 결정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스리랑카와 같은 국가들의 경우는 아직까지 전통적인 역법을 따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한국불교의 불기는 서기 1월 1일부터 불기가 변경되는 태국이나 베삭 이전까지만 태국과 동일한 불기를 사용하는 스리랑카와도 전혀 다른 근거 없는 불기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지난 2006년 펠럽 타이어리 WFB 세계본부 사무총장이 한국 불교계에 보낸 공문에서 ‘각 국의 전통에 따른 사용은 존중된다’고 명시된 부분도 사실은 스리랑카와 같은 경우를 지칭한 것이었을 뿐 한국의 경우는 해당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김 박사는 “스리랑카에서는 기념주화의 발행일을 엄격하게 적용할 정도로 2551년과 2552년에 걸쳐 있는 불기를 신중히 대하고 있다”며 “한국불교의 불기는 결국 남방불교의 전통불기나 WFB의 불기와는 아무런 연계성이 없는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박사는 이어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불기의 통일이 필수”라면서도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남방불교 국가들이 사용하고 있는 불기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정하중 기자 raubone@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