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 부정이 관념론적 불교 초래
마음 도리 연연말고 자비 실천을
“현대 한국불교는 지나칠 정도로 ‘성불(成佛)의 병’에 걸려 있다. 한국불교가 종교로서 가지는 신앙과 사회성을 망각한 채 오직 깨달음에 집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불교경전을 작위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중생으로서 보살도의 정신을 구현하려는 원력을 세우고 실천하기보다는 깨달음의 세계 즉 부처가 된 이후에나 가능한 것들을 흉내 내고 있는 것이다.”
동국대 선학과 교수 보광〈사진〉 스님이 현대 한국불교의 신앙 풍토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보광 스님은 3월 17일 ‘월요불교포럼’이 ‘정토의 세계는 있는가?’라는 주제로 개최한 2차 포럼에서 “『아미타경』등에 의하면 분명 ‘극락정토’를 언급하고 있음에도 현대 한국불교에서는 정토의 세계를 부정하고 있는 경향이 많다”며 “특히 ‘마음이 곧 부처’라는 식의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관념론적 불교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님은 이어 “깨닫기 이전 즉 중생으로서의 불교적 삶을 실천하는 것은 이웃을 돌보고, 자비실천을 행하는 것임에도 한국불교는 이런 일들은 도외시한 채 오직 깨달음을 얻기 위한 ‘마음도리’에만 연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한국불교의 신앙 풍토가 이처럼 변질된 것은 신라시대 이후 유입된 선불교 영향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선불교에서 내세우고 있는 ‘즉심즉불(卽心卽佛)’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마음이 곧 부처’라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지만 이는 『관무량수경』에 나오는 ‘시심작불(是心作佛)이면 시심시불(是心是佛)’을 작위적으로 해석하면서 생긴 오류라고 비판했다.
스님에 따르면 ‘시심작불(是心作佛)이면 시심시불(是心是佛)’이라는 것은 마음을 부처로 만들고 난 이후에야 비로소 그 마음이 곧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한국불교에서는 ‘시심작불’은 생략한 채 오직 ‘시심시불’만을 강조하면서 불교를 관념론적으로 흐르게 만들었다고 보광 스님은 지적했다.
따라서 스님은 “이 시대 한국불교가 거듭나기 위해서는 중생으로서 보살 원력을 세우고 이를 적극 실천함으로써 내생에는 반드시 성불하겠다는 원력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정토신앙이 새롭게 자리매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이어 “현생에서 바로 깨달아 부처가 될 수만 있다면 정토의 세계는 필요 없겠지만 중생으로서 가지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그렇기에 현생은 중생에 머무를 수밖에 없지만 보살행을 실천하는 등 부처를 닮아가려는 노력을 통해 내생에는 반드시 성불할 수 있다는 정토 신앙이야말로 이 시대 불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불교신앙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