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원 스님의 기억으로 남은 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따스한 미소의 지현 스님

엄한 행자 교육 속 버팀목 돼준 미소
지금도 힘들때면  스님 모습 떠올려

모두들 특별한 이유도 없이 잔뜩 긴장했다. 긴장해야 할 정확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들 모두는 군 훈련소에 처음 입소했을 때보다 훨씬 긴장되어 있었다. 인례사 스님들은 마치 우리들의 긴장미를 즐기는 듯 계속 분위기를 잡아갔다. 모두 스스로 발심하여 출가한 길이라서 더욱 그러했던 것 같다.

군에서야 잘못하면 육체적인 괴로움을 당하면 그만이지만 행자교육 때는 그런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만일 문제가 생겨서 퇴방되는 날에는 인생의 큰 전환점으로 삼고자 했던 출가의 길을 접어야 하기 때문에 누구도 큰소리로 윽박지르는 않지만 각자 조바심에 잔뜩 긴장 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처음 발심하여 출가한 예비 스님들께 좀 따스하게 대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만 행자교육원의 분위기는 우리의 기대와는 완전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이렇게 긴장된 시간의 연속 속에서 우리들의 긴장을 일순간 녹여버린 것이 있었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지현스님의 따스한 미소였다.

처음에는 약간 긴장감을 주는 말씀을 하셨지만 교육이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우리들을 향해서 따스한 미소를 지어주셨다. 아마 스님의 미소가 없었다면 교육기간 내내 불평 가득한 마음으로 임했을 것이 분명 했다. 스님의 따스한 미소 이후 살아 숨 쉬는 인성교육을 받기 위한 자세를 스스로 가졌고, 무사히 교육을 마칠 수 있었다. 단 한 번의 따스한 미소로 스님은 내가 가졌던 참다운 사문의 모습을 보여 주셨고, 내 마음속에 가장 뚜렷한 사표로 자리 잡게 되었다.

스스로 스님께 깊이 귀의하는 마음을 내서인지 아니면 오랜 생의 인연인지 스님과 함께 할 수 있는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도반 스님의 간절한 권유가 있기도 했지만 지현 스님이 아니었다면 송광사 율원에 갔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처음 참다운 승려상으로 남았던 순간의 이미지는 율원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완전히 굳어지기에 충분했다 .언제나 잔잔한 미소를 잃지 않는 스님과의 생활은 내 승려생활의 가장 행복한 시절이 되었고 승려로서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올바른 길을 배우게 되었던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하면 부처님의 계율이라는 것도 함께 미소 지으며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규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우리들이 계율을 잘 지키면서도 항상 얼굴을 붉히고 짜증나는 모습을 보여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항상 미소로 여유로움을 가지고, 우리들과 모든 불자들에게 편안함을 심어주는 스님이야 말로 부처님의 계율을 가장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진정한 율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 자신도 웃음이 많은 편이긴 하다. 주민등록증과 여권, 운전면허증, 심지어 승려증에까지 미소 짓는 증명사진을 올렸다. 친한 불자님들이 너무 웃음이 헤퍼서 스님의 체통을 잃을 것 같다고도 했다. 하지만 따스한 미소는 우리들의 마음에 더없는 평화로움 선사해 준다는 것을 깊이 체득한 나로서는 언제나 힘써 미소 지으며 살고자 한다.

일타 큰스님께서 번역하신 문수보살님의 게송에 ‘성 안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구요, 부드러운 말 한마디 미묘한 향이로다’라는 구절이 있다. 스님께 죄송하기는 하지만 언젠가 부터 나 혼자서 게송까지 바꾸어 사용하고 있다. ‘미소 짓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구요’라고. 이렇게 바꾸어 다시 보니 그 뜻을 크게 왜곡 한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

힘들고 마음의 여유를 잃을 때면 지금도 스님의 미소를 생각하면서 혼자서 씩 웃으며 사문으로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봄이 오면 더욱더 봄빛같이 따사로운 스님의 미소가 그리워진다. 자주 찾아뵈어서 스님의 여유로움을 온통 나에게로 물들이고 싶지만 이 봄도 이렇게 빨리 내게로 와 버렸듯, 또 저 혼자 가버릴 것만 같다.

제주 약천사 부주지 성원 스님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