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보시론]견리사의를 생각한다

기자명 법보신문

김방룡 충남대 철학과 교수

불교인이 추구해야 할 것은 ‘무소유의 삶’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돈과 이익으로 운영되는 자본주의에서 무소유의 삶을 산다는 것은 쉬운 길이 아니다. 그렇다고 사욕(私慾)으로 가득 찬 천박한 자본주의 삶을 살아가는 것은 불자로서 용납하기 힘들다. 생활을 위해 이익을 추구하되 사욕에 얽매이지 않는 삶이야말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불자들이 꿈꾸어볼만한 생활방식이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이러한 소박한 생각을 용납하지 않는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들이 사회지도자로 여전히 행사하고 있다. 급기야 ‘경제’, ‘돈’을 가치로 내건 사람이 대통령까지 되었다. 그런데 경제는 거꾸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촛불시위를 통하여 그나마 얻은 것이 있다면 대운하 건설을 중지한 일이다”라고 말들을 한다. ‘대운하 건설로 인한 공공의 이익이 얼마나 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따지기 이전에 수많은 곳이 부동산 투기의 장소로 변질된 것을 우리는 목도하였다. 또 공공기관의 인사들이 대통령의 측근들로 채워지고 있다. 밀실에서 이루어지는 낙하산식 인사로 인하여 여기저기에서 심각한 반발이 일어나고 있음을 우리는 분명히 목도하고 있다.

요즘 들어 “이익을 보거든 먼저 의로운가를 생각하라”는 견리사의(見利思義) 정신을 떠올리게 된다. 『맹자』를 펼쳐보자.

왕(王)이 말씀하였다. “노인(老人)께서 천리(千里)를 멀리 여기지 않고 오셨으니, 또한 장차 내 나라를 이롭게 함이 있겠습니까?”

맹자(孟子)께서 대답하셨다. “왕(王)은 하필 이(利)를 말씀하십니까? 나에게는 오직 인의(仁義)가 있을 뿐입니다.”

이어 맹자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왕(王)께서 어떻게 하면 내 나라를 이롭게 할까 하시면, 대부(大夫)들은 어떻게 하면 내 집안을 이롭게 할까 하며, 사(士)·선인(庶人)들은 어떻게 하면 내 몸을 이롭게 할까 하여,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이(利)를 취한다면 나라가 위태로울 것입니다. 만승(萬乘)의 나라에 그 군주(君主)를 시해하는 자는 반드시 천승(千乘)을 가진 공경(公卿)의 집안이요, 천승(千乘)의 나라에 그 군주를 시해하는 자는 반드시 백승(百乘)을 가진 대부(大夫)의 집안이니, 만승(萬乘)에 천승(千乘)을 취하며 천승(千乘)에 백승(百乘)을 취함이 많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만일 의(義)를 뒤로 하고 이(利)를 먼저 하다면, 모두 빼앗지 않으면 만족해하지 않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등장으로 ‘이익(利)’을 중시하는 가치관이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다. 금방이라도 우리 경제가 성장하고, 돈만 벌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 같은 환상(幻)에 우리 국민들이 푹 빠져 있다. ‘이익’을 위해서는 다른 가치와 기본적인 절차는 무시해도 좋다는 생각이 정당화되고 있다.

그러나 맹자가 지적하고 있듯이 ‘의로움(義)을 생각하지 않는 이익’은 결코 모두에게 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익’을 취함에도 철학이 있어야 한다. 개인적 이익에 앞서 공공의 이익을 생각해야하고, 이익을 생각하기에 앞서 인간을 생각해야 한다. 그것이 자본주의 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이로움을 취하기에 앞서 ‘이것을 과연 내가 취해도 떳떳한 것인가’하는 스스로의 점검이 필요하다. 이익을 취하였으면 ‘얻은 것을 어떻게 베풀 것인가’하는 자비의 마음이 필요하다. 이(利)란 그저 허깨비일 뿐이다. 저곳에서 이곳으로 잠시 옮겨 놓은 것일 뿐 영원한 것은 아니다. 그 허깨비 놀음에 속지 말아야 한다.

김방룡 충남대 철학과 교수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