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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충북대 병원엔 법당만 없다

기자명 법보신문
  • 사회
  • 입력 2008.07.22 11:00
  • 댓글 0

1999년 개신-2006년 천주교 원목실 개설
불자들 요청에 “기다려라” 3년째 되풀이

 
국립 충북대학교 병원의 개신교(사진 좌)와 천주교 원목실.

국립 충북대학교 병원(원장 송영진)이 개신교와 천주교 신자들을 위한 원목실을 운영하면서도 수년 째 법당 개설을 요청하는 불자들의 목소리를 묵살하고 있어 공공기관의 전형적인 종교편향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법당 개설을 요구했음에도 이를 허가하지 않고 있다”는 지역 교계의 제보를 확인하기 위해 본지가 7월 15일 충북대 병원을 방문해 확인한 결과, 개신교와 천주교 원목실은 정상 운영되고 있는 반면 법당은 존재하지 않았다. 충북대 병원의 개신교 원목실은 19㎡(6평), 천주교 원목실은 이의 절반인 9㎡(3평) 규모로, 개신교 원목실은 1999년에, 천주교 원목실은 2006년에 각각 문을 열었다. 개신교 원목실은 지하 1층, 천주교 원목실은 지상 1층에 위치해 있었으며 개신교의 경우 예배를 볼 때는 인원이 많다는 이유로 1층 강의실까지 활용하고 있다는 게 병원 관계자들의 설명이었다.

원장, 개신교인이기 때문?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국립 병원임에도 불자들을 위한 법당만 개설하지 않았던 충북대 병원이 불자들의 법당 개설 요구가 끊임없이 이어져 왔음에도 법당 허가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올해 하반기에 진행될 리모델링을 통해 공간 재배치를 할 경우 충분히 공간이 확보돼 법당을 개설할 수 있는 데도 법당 개설에 관한 계획조차 수립하지 않고 있다. “2006년부터 충북대 병원 측에 법당 허가를 요구해 왔다”는 증평 행원정사 천행 스님은 “청주사암련과 증평사암련을 통해 두 차례 법당 공간 협조를 요청했으나 두 번 모두 공간이 없으니 기다려달라는 답변만 돌아왔을 뿐 2년 반이 다 되도록 병원 측의 태도는 전혀 진전된 것이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충북대 병원의 성의없는 답변은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의 요청에도 동일하게 이어졌다. 포교원은 충북대 병원과 관련된 민원을 접수받고 지난 5월 법당 개설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충북대 병원은 6월 26일 “공간이 마련되는 대로 법당 공간을 협조하겠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그러나 “언제까지 공간을 주겠다는 확답을 달라”는 포교원의 요청에는 “우리도 나름의 사정이 있다. 이해해 달라”고만 답했다. 포교원의 실무 담당자는 “개신교, 천주교에는 원목실을 개설해 주었는데도 유독 법당만이 없는 점도 납득하기 어려운데 뒤늦게라도 법당을 개설해 달라는 목소리를 이렇게 무시하는 것은 병원장이 개신교 신자라서 법당 개설을 불허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며 고의적인 종교편향 가능성을 제기했다.

충북대 병원 기획예산과 양해연 계장은 이와 관련 “아니다. 법당 공간 확보를 고려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 했다. 병원장이 직접 지시를 내려 개보수가 완료되는 즉시 법당 공간을 내주라고 했다는 것. 그러나 개보수 공사 완료시점과 법당 공간 확보가 가능하다고 예상되는 시점이 언제쯤이냐는 질문에는 “본래 올해 말에 공사를 마무리할 예정이었지만 공사가 계속 지연되고 있다”면서 “늦어도 내년 말에는 공사가 최종 완료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그때쯤이면 법당 공간 확보가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무성의 한 답변만 거듭했다. 국립 병원에서 종교간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개신교와 천주교의 공간을 개설해 준 것도 납득할 수 없지만 이를 시정하려는 노력도 전혀 기울이지 않고 있음을 시사해 주는 대목이다.

병원 측의 해명에 대해 천행 스님은 “그냥 웃고 말지요”라며 씁쓸해 했다. 지난 2년간 해왔던 답변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교계 관계자들도 “충북대 병원이 정말 법당 공간 확보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리모델링 설계에 법당을 포함시키겠다든지 답신 공문에 공사 완료 예상시점을 명시해 이때 법당 공간을 확보하겠다고 답하는 정도의 성의를 보였어야 옳다”고 지적했다. 실제 충북대 병원과 동일한 문제로 종교편향 비판을 받았던 서울시립 보라매 병원 측은 리모델링 기간을 공표하고 설계 과정에 법당을 포함시키겠다는 약속을 함으로써 의혹을 해소한 바 있다.

보라매병원은 시정 약속

포교원 관계자는 “이것은 의지의 문제”라며 “2년을 기다렸다가 다시 또 2년을 기다려달라는 말인데, 처음 우리에게 했던 약속은 올해 말이었다. 종교편향을 저질러 놓고 자꾸 말을 바꾸면서 법당을 개설해 주지 않으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청주=정하중 기자 raubon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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