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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수입佛具, 법당을 점령하다

기자명 법보신문

향로는 미얀마-촛대는 대만…“국산이 없다”

사라지는 국산佛具, 전통도 단절 위기

올해 초 서울 중구에 포교당을 개원한 A스님은 법당에 사용할 불구를 모두 수입산으로 구입했다.
옥으로 만든 향로는 미얀마산, 도금한 촛대는 대만산이었다. 법당에 모신 불상과 법상은 국내에서 제작했지만 법상에 사용된 목재는 수입목과 국산목 가운데 수입목을 사용키로 했다. 사실상 수입산 일색인 셈이다.

스님은 “국산 불구는 아예 찾아볼 수가 없었다. 죽비, 목탁도 중국산이 대부분이었지만 국산과의 차이점이 크게 보이지 않아 가격을 고려해 골랐다. 국산을 구하려고 하니 불교조각을 전문으로 하는 작가의 작품을 소개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가격도 상당히 높았다. 대작불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정해진 예산 안에서 필요한 불구들을 구하려니 자연스럽게 수입산에 손이 갔다”는 설명이다.

국산 불교공예품들이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지난해 조계종 중앙종회에서 중국·동남아산 등 값싼 수입불상이 무분별하게 유입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종단 차원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불상과 달리 향로, 촛대, 염주, 바라 등 각종 불교공예품, 불구(佛具)는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낄 틈도 없이 이미 시장의 대부분을 점령한 상태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전통 불교공예에 대한 사실상의 단절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불상 수입 못지않은 심각한 위기 현상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2008년 6월 30일 기준으로 문화재청이 국보·보물로 지정한 문화재 가운데 의식법구, 공양구, 장엄구 등을 포함한 ‘불교공예’ 품은 국보 35점, 보물 65점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 시도유형문화재 등을 포함하면 문화재로 지정돼 있는 불교공예품은 수백 점에 달한다. 이 가운데에는 향완(로), 염주, 바라 등 이미 수입품에 시장을 내어준 품목 등이 다수 포함돼 있다.

오늘날 불교계에서는 이러한 불교공예품의 대부분을 수입산으로 충당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수입산 불교공예품들이 유통시장과 사찰의 법당을 점령해 나가면서 국내의 생산라인이 점차 붕괴돼 가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우려다.
일부 장인들이 전통 불교공예의 맥을 잇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기술을 배우기 위해 찾아오는 전수생들도 70% 가량 줄었다”고 토로할 만큼 불교공예분야는 비인기종목으로 추락하고 있다.

이 추세대로 나아갈 경우 불과 100년 후에는 21세기에 제작된 불교공예품 가운데 문화재로 지정될만한 것들을 찾아보기 힘든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이러한 까닭에서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전통 불교문화의 한 맥을 담당하고 있는 불교공예분야가 고사함으로써 전통문화가 단절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관계자들은 “수입불상에 대한 문제의식에 비해 수입 불구에 대한 인식은 매우 미비하다”며 “상품과 작품의 구분을 넘어 불교공예품을 제작 보급하는 생산자 층이 두텁게 형성될 때 그 속에서 작품성을 갖춘 문화재급 불교공예품들이 생산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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