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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부산 범어사 前 재가종무원의 죽음

기자명 법보신문

‘싸우지들 말라’ 유서 남기고 자살
“그를 죽인 건 스님들의 불화” 비난

“투명하고 화합되는 교계가 되어 사회의 빛이 되어 주세요! 싸우지 마세요! 용서합시다. 재가자들이 불쌍해요! 정말.”

지난 7월 29일 새벽, 부산 범어사 전 재무팀장 임 모 씨(43)는 자신의 집에서 A4 한 장의 유서만을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범어사 전 주지 당시인 2004년 1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재무팀장으로 근무했던 그의 죽음은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대기업을 다니다가 불교가 좋아 사찰 재무 일을 맡았던 임 씨. 주변 사람들은 한결같이 그가 참으로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삼보정재인 사중 재산을 다루는 일에 소홀함이 없었으며, 그로 인해 와사풍과 탈모증세로 고통 받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 사람이 이렇게 허무하게 죽다니 참으로 안타깝고 눈물이 납니다. 환하게 웃으며 커피를 건네주고는 했었는데…”(범어사 전 종무원)

“‘재가자가 불쌍하다’는 그의 말이 폐부를 찌릅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스님들 싸움에 아무런 힘없는 재가자들이 늘 당하고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불교계의 현실입니다. 그를 죽인 건 스님들의 불화와 갈등입니다.”(범어사 한 신도)

숨진 임 씨는 범어사 전 주지를 비롯한 지도부의 국고보조금 횡령 사건과 관련해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의 조사를 두 번 받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까닭에 몇몇 언론은 그의 자살을 놓고 ‘검찰 압박 수사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견디기 힘들었다’, ‘모든 잘못을 안고 가기 위해서다’라는 식의 추측성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유족 측은 전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즉 “검찰 조사의 심리적 압박이 아닌, 누군가에 의한 집요한 협박과 회유를 견디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도의적인 타살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유족 측은 그 증거로 임 씨가 유서에 “A스님, 스님은 신이 아닙니다”라는 부분과 “검사님, 아내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라고 쓴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임 씨는 죽기 전 날 A스님을 만났고 이 과정에서 임 씨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하거나, 아내까지 거론하는 회유, 협박을 들었으리라는 것이 유족 측 주장이다. 실제 주변의 지인들은 그 동안 임 씨가 A스님 측으로부터 “(범어사 재무팀장을 맡은 뒤 옮긴) 금정중학교 행정실장을 그만두게 할 수도 있다”며 “범어사 전 지도부에 불리한 발언을 검찰에 하라는 식의 강요를 견디기 힘들어 했다”고 증언하고 있는 상황이다.

임 씨가 세상을 뜬지 보름을 훌쩍 넘겼지만 아직 그의 운구는 영안실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유족 측이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가게 했던 원인 규명과 명예회복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것이 해결되기 전까지 발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교를 사랑했던 한 재가종무원과 갑작스런 그의 죽음 앞에 피를 토할만큼 억울하고 분한 가족들. 그들의 한을 풀어주는 것은 이제 불교계의 몫으로 남게 됐다.

관련기사 2·3면
부산=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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